스페셜티 커피는 그냥 좀 더 비싼 커피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조금만 파고들면, 품질 기준부터 수익 구조, 공급망까지 커피 한 잔 뒤에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경제 논리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스페셜티 커피에는 전 세계 공통의 인증 마크가 있을 거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국제적으로 단일하게 공인된 인증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 온 기준은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의 커핑 시트, 즉 향미와 산미, 바디감, 균형 등을 항목별로 채점하는 평가표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는 것이었다. 다만 SCA는 최근 이 기준을 확장해서 향미 같은 내재적 요소뿐 아니라 원산지, 재배 방식, 지속가능성 같은 정보적 요소까지 함께 고려하는..
리바이스의 2022 회계연도 매출은 약 62억 달러, 우리 돈으로 8조 원이 넘는다. 청바지 하나로 이 숫자를 만든다는 게 처음엔 실감이 안 났다. 그런데 그 숫자를 파고들다 보니, 청바지는 그냥 바지가 아니라 원가 구조와 브랜드 서사와 장인 기술이 한데 얽힌 꽤 복잡한 물건이라는 걸 알게 됐다.오카야마 데님이 일본에서 탄생한 진짜 이유1970년대 리바이스는 생산 방식을 크게 바꿨다. 셔틀직기, 즉 씨실을 좌우로 왕복 투입하며 천천히 원단을 짜던 구형 방식 대신 고속 신형 직기를 도입하면서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셔틀직기는 속도는 느리지만 원단이 불규칙하고 구불구불한 텍스처를 갖게 되는데, 이 불규칙함이 오히려 페이딩(세월에 따라 색이 자연스럽게 바래는 과정)을 훨씬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당시 ..
쿠팡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그저 "규모가 커져서 그런 거겠지" 정도로만 넘겼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유통 MD로 일했던 친구, 재무 쪽에 있는 선배, 대형마트에서 근무했던 후배와 우연히 한 단톡방에서 이 얘기가 오갔고, 대화가 이어질수록 제가 알던 그림이 생각보다 훨씬 단순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쿠팡·컬리·네이버쇼핑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가져가고 있고, 그 반대편에서 대형마트가 왜 계속 밀리고 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먼저 재무 선배가 짚어준 쿠팡 얘기부터였습니다. 선배는 쿠팡의 흑자 전환을 설명할 때 매출원가율이라는 지표를 예로 들었는데, 쉽게 말해 물건을 팔기 위해 들어간 원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
영화관이 위기라는 얘기,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원인이 티켓값 하나뿐일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가,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는 대학 동창의 한마디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어차피 몇 달만 기다리면 OTT에 뜨는데, 굳이 15,000원을 쓸 이유가 있나"라는 계산이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자동화되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그래서 티켓값, 산업 구조, 그리고 극장의 미래까지 네 가지 질문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Q1. 티켓값 인상Q2. 고정비 구조Q3. 극장의 미래Q4. 결론Q1영화관 티켓값, 정말 물가보다 훨씬 많이 오른 걸까요?A.2008년 8,000원이었던 영화 티켓은 현재 평일 14,000원, 주말 1..
지난달 오사카행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 마음에 드는 시간대를 발견하고 잠깐 다른 창을 봤다가 다시 들어갔더니 가격이 만 원 올라 있었다. 화가 나서 다시 검색했더니 또 올랐다. 결국 사지 못하고 창을 닫아버렸다. 마일리지를 광적으로 모으는 친구 승민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는 웃으며 그게 항공권의 기본값이라고 했다. 좌석은 한정돼 있고 가격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자리 기반 시스템이라, 같은 비행기라도 내가 검색하는 순간의 잔여석에 따라 값이 널뛴다는 거다.승민이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더 해줬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최근 몇 년 흐름이 정확히 이 가격 널뛰기처럼 요동쳤다는 거다. 2023년만 해도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네 곳 모두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겼..
신세계가 나파밸리 와이너리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와인을 정작 이마트에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피로연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신세계 계열사 재무 담당 선배에게 이 얘기를 꺼냈더니, 선배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사내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들었던 분석이 실제 조직 안에서도 비슷한 시선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묘하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와이너리 인수의 진짜 비용, 숫자가 말하는 것신세계가 인수한 쉐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s)는 나파밸리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컬트 와이너리입니다. 나파밸리는 캘리포니아 전체 포도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서울시 면적의 상당 부분에 맞먹는 규모가 포도밭으로 채워진 지역입니다. 차..
캠핑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사는 게 텐트 하나라는 건 다들 압니다. 근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옆 자리 캠퍼의 장비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뭔가가 달라집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는데, 그 흐름이 단순히 취미 중독으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캠핑이라는 활동이 자유와 해방의 서사로 소비되는 동시에, 그 서사가 어떻게 소비를 이끄는 구조로 연결되는지 한번 짚어보고 싶었습니다.캠핑 소비 심리, 왜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가등산 동호회에서 알게 된 형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캠핑 장비를 미친 듯이 사모으다가, 어느 날 창고를 정리하면서 텐트 세 개와 침낭 다섯 개를 중고로 팔았다고 했습니다. 본인 표현으로는 그때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계속 카트에 담았..
줄을 두 시간 넘게 서서 먹은 버거가, 사실은 음식이 아니라 광고판이었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팀 회식 자리에서 프랜차이즈 컨설팅 쪽 동기가 강남 상권 얘기를 꺼냈을 때, 저는 처음엔 "요즘 애들 유난이네"라고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파이브가이즈와 쉑쉑, 슈퍼두퍼가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동시에 붙어 있는 구도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게 유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무대 설계라는 걸 깨달았습니다.왜 하필 강남대로일까요. 임차료가 국내 최고 수준인 그 자리에 굳이 버거집이 들어서는 건 단순히 유동인구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런 매장을 업계에서는 흔히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부르는데, 브랜드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매출보다 브랜드 인지도 형성 자체가 목적인..
올리브영이 유통 마진으로 떼돈을 번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재무제표를 뜯어보니 이익률은 생각보다 훨씬 얇았고, 그 돈은 대부분 임차료와 물류비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국내 H&B(헬스앤뷰티) 시장이 사실상 올리브영 한 곳으로 수렴된 지금, 인디 브랜드는 어디에 기대야 하고 다이소는 정말 이 판을 흔들 수 있을까요.인디 브랜드가 뜨는 건 맞는데, 살아남기는 더 어려워진 구조입니다예전 회사 동료의 배우자가 뷰티 인플루언서였습니다. 화장품 브랜드를 하나 론칭했다가 반년 만에 접었다는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들었을 때는, 그저 운영이 서툴렀나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의 구조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실패가 개인의 역량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
옷장 정리를 하다가 문득 대학 후배 생각이 났습니다. 동대문 도매 출신으로 자기 브랜드를 막 론칭했던 그 친구가 "이번 시즌 두 배 주문 넣었어요"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그 얼굴이요. 몇 달 뒤 만났을 때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패션 브랜드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그 이유가 숫자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걸, 저도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이 글에서 다루는 질문Q1. 패션 브랜드는 왜 구조적으로 망하기 쉬운가요?Q2. 재무제표에서 재고자산 하나만 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Q3. 옷은 좋은데 브랜드가 사라지는 도메스틱 브랜드, 왜 그런가요?Q4. 앞으로 옷값은 더 오를까요? 혼방률로 품질을 판단해도 될까요?Q5. 결국 소비자가 이 숫자로 무엇을 알 수 있나요?Q1. 패션 브랜드는 왜 구조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