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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두 시간 넘게 서서 먹은 버거가, 사실은 음식이 아니라 광고판이었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팀 회식 자리에서 프랜차이즈 컨설팅 쪽 동기가 강남 상권 얘기를 꺼냈을 때, 저는 처음엔 "요즘 애들 유난이네"라고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파이브가이즈와 쉑쉑, 슈퍼두퍼가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동시에 붙어 있는 구도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게 유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무대 설계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왜 하필 강남대로일까요. 임차료가 국내 최고 수준인 그 자리에 굳이 버거집이 들어서는 건 단순히 유동인구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런 매장을 업계에서는 흔히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부르는데, 브랜드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매출보다 브랜드 인지도 형성 자체가 목적인 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동기 말로는 줄 선 사람들 상당수가 사진 몇 장 찍고 음식은 반쯤 남기고 나오더라고 했는데, 저는 그게 오히려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봤습니다. 사람이 소비하는 게 음식이 아니라 장면일 때, 남기고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니까요.

여기서 외식업 경제학 개념을 하나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 민감도라는 게 있는데, 가격이 조금만 변해도 수요가 크게 흔들리는 정도를 뜻합니다. 500원만 올려도 손님이 확 줄어드는 품목이면 이 민감도가 높은 겁니다. 햄버거는 전통적으로 이 민감도가 극도로 높은 품목이었습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수십 년간 세일 행사를 반복해온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파이브가이즈나 쉑쉑 같은 브랜드들은 이 민감도를 미국 감성이라는 이름의 프리미엄으로 희석하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가격에 반응하지 말고 분위기에 반응하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셈입니다.

재미있는 건 쉑쉑의 포지셔닝입니다.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버거가 이렇게 비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는데, 파이브가이즈와 슈퍼두퍼가 2만 원대 중반에서 3만 원대까지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쉑쉑이 갑자기 합리적인 선택지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접한 가격 정보가 이후 판단의 기준점이 되어버리는 심리 효과, 흔히 앵커링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그대로 작동한 겁니다. 거기에 해피포인트 같은 국내 포인트 시스템까지 연동되니, 가격에 대한 저항감을 두 겹으로 낮춘 셈입니다. 제가 직접 강남 쉑쉑 앞을 지나쳐 본 입장에서도,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게 솔직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자리에서 동기가 꺼낸 두 번째 이야기가 오히려 더 흥미로웠습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이 시장의 재무 성적표가, 실제로는 꽤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개된 공시 자료와 관련 방송 내용을 종합하면, 국내 맥도날드 법인은 매출 규모로는 업계 1위권이지만 정작 영업이익 단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그 적자의 상당 부분은 브랜드 사용 대가로 해외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비용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로열티라는 게 결국 브랜드 사용료인데, 이 비용만 없다면 손익 구조가 흑자에 가까워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를 함께 운영하는 롯데GRS, 버거킹을 운영하는 BKR 역시 매출 규모에 비해 영업이익률은 1% 안팎에 머물러 있다는 게 업계에서 공유되는 대체적인 그림이었습니다.

예외로 꼽히는 곳이 맘스터치입니다.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차이는 사업 구조에서 나옵니다. 맘스터치는 대부분 가맹점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 구조에서는 본사가 임차료와 인건비를 직접 부담하지 않고 가맹점주에게 식자재를 납품하면서 수익을 가져갑니다. 직영점이 많은 브랜드에 비해 고정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다만 이 좋은 수치가 최근 매각 매물로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F&B 쪽 MD로 일했던 선배가 "브랜드가 매물로 나오는 시점은 항상 제일 좋아 보일 때"라고 했던 말이 있는데, 맘스터치 상황을 보면서 그 말이 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든램지 버거를 운영하는 진경산업 사례도 동기가 꺼낸 이야기 중 하나였습니다. 버거 브랜드 도입 전 영업적자를 내던 회사가 도입 이후 흑자로 전환됐고, 특히 잠실 매장 하나의 월 매출이 웬만한 외식업 우수 매장 기준을 훌쩍 넘어선다는 추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예전에 아이스크림 업계에 있던 지인이 해준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배스킨라빈스 하나의 성공으로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 전체를 설명하는 건 생존편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례만 보고 그 분야 전체를 과대평가하는 인지적 오류를 말하는 건데, 같은 시기에 조용히 사라진 고가 브랜드들은 통계에 잘 잡히지 않기 마련입니다. 고든램지 버거가 성공한 건 맞지만, 그 하나로 프리미엄 버거 시장 전체의 가능성을 논하는 건 다소 결론이 앞서는 추론처럼 느껴졌습니다.

로봇화 얘기도 그 자리에서 나왔는데, 저는 그 부분에서 잠깐 걸렸습니다. 주방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건 경영자 입장에서 분명 매력적인 이야기지만, 그 자리가 사라지는 사람들의 문제는 논의에서 완전히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빵의 질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고, 결국 그 체감은 소비자가 지고 이익은 매각을 준비하는 투자자들이 가져간다는 구조에 대한 질문은 계속 남습니다. 소수의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은, 장기적인 브랜드 투자보다는 단기 수익 실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 한국 버거 시장은, 맛으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격 포지셔닝과 브랜드 감성, 그리고 재무 구조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산업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바로도, 줄을 서는 경험 자체가 이미 소비의 일부가 됐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먹으러 가는 건지 경험을 사러 가는 건지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게 솔직한 판단입니다.

다음에 강남에서 버거 줄을 마주친다면, 한 번쯤 그 줄이 어느 브랜드의 플래그십 전략 앞에 서 있는 건지 생각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빵을 유심히 보시길 권합니다. 깨가 있는지 없는지, 그게 의외로 그 브랜드의 재무 상태를 말해주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oZS68n2A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