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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오사카행 항공권을 검색하다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 마음에 드는 시간대를 발견하고 잠깐 다른 창을 봤다가 다시 들어갔더니 가격이 만 원 올라 있었다. 화가 나서 다시 검색했더니 또 올랐다. 결국 사지 못하고 창을 닫아버렸다. 마일리지를 광적으로 모으는 친구 승민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는 웃으며 그게 항공권의 기본값이라고 했다. 좌석은 한정돼 있고 가격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자리 기반 시스템이라, 같은 비행기라도 내가 검색하는 순간의 잔여석에 따라 값이 널뛴다는 거다.
승민이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더 해줬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최근 몇 년 흐름이 정확히 이 가격 널뛰기처럼 요동쳤다는 거다. 2023년만 해도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네 곳 모두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겼다. 코로나 기간 항공기를 처분해 공급을 줄여놨는데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뜻밖의 호황을 맞은 결과였다. 그런데 2025년 실적을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들이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진에어의 영업이익률은 -1.39%, 에어부산은 -0.54%까지 떨어졌다. 2년 전 다 함께 웃던 업계가 지금은 대한항공 혼자만 버티는 모양새가 됐다.
이렇게 업계 판도가 흔들리는 사이,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실제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2026년 12월 16일을 합병기일로 국토교통부 인가까지 통지된 상태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세 저비용항공사의 통합도 2027년 1분기로 예정돼 있다. 승민은 이걸 두고 "덕후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급 과잉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도 두 초대형 항공사의 통합, 그리고 이어지는 LCC 3사 통합이 과잉 경쟁을 완화시켜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항공 동맹 얘기가 나오자 승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는데, 스타얼라이언스에는 전일본공수, 루프트한자, 타이항공처럼 익숙한 대형 항공사들이 훨씬 많이 포진해 있다. 두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지면 결국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으로 누리던 폭넓은 환승·수하물 연계 혜택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승민은 이 부분을 가장 아쉬워했다. 공항에서 짐을 한 번에 부치고 최종 목적지까지 받을 수 있었던 편의가, 앞으로는 짐을 찾아 다시 체크인하는 번거로운 절차로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중동 항공사들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에미레이트항공은 2025~2026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기준 매출 357억 달러, 항공 부문 순이익률 17.4%를 기록하며 항공업계 역사상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냈다. 승민은 이 숫자를 두고 "좌석 점유율이 다른 항공사보다 낮아도 압도적으로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부펀드를 등에 업은 두바이·아부다비 항공사들이 환승 허브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프리미엄 좌석 비중을 늘려온 전략이 최근 몇 년 새 실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소비자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승민의 결론은 간단했다. 항공사 수가 줄어들수록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더 다이내믹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표면적으로 항공사들이 정가를 올리지 않았다고 말해도, 저렴한 할인 좌석을 덜 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가격이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 통합이 만들어낼 공급 안정성과, 경쟁이 사라지며 생길 가격 압박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얘기였다.
그날 저녁 나는 다시 오사카행 항공권을 열어봤다. 가격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승민의 말대로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번엔 창을 닫지 않고 바로 결제했다. 몇 년 안에 지금 이 화면에 뜨는 항공사 로고 자체가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