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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그저 "규모가 커져서 그런 거겠지" 정도로만 넘겼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유통 MD로 일했던 친구, 재무 쪽에 있는 선배, 대형마트에서 근무했던 후배와 우연히 한 단톡방에서 이 얘기가 오갔고, 대화가 이어질수록 제가 알던 그림이 생각보다 훨씬 단순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쿠팡·컬리·네이버쇼핑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가져가고 있고, 그 반대편에서 대형마트가 왜 계속 밀리고 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재무 선배가 짚어준 쿠팡 얘기부터였습니다. 선배는 쿠팡의 흑자 전환을 설명할 때 매출원가율이라는 지표를 예로 들었는데, 쉽게 말해 물건을 팔기 위해 들어간 원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했습니다.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같은 매출에서 더 많이 남긴다는 뜻인데, 공시된 재무제표 기준으로 쿠팡은 이 비율이 한동안 8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가 흑자로 전환한 해에 몇 퍼센트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출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이 몇 퍼센트포인트의 변화가 실제로는 수천억 원 단위의 이익 차이로 이어졌다는 게 선배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선배가 던진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지배력이 생기면 그걸 현금화하려는 유혹이 반드시 따라온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쿠팡이 입점 벤더사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올라갔다는 이야기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협상력이 약한 중소 브랜드일수록 수수료 인상의 체감폭이 더 크다고 하니,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어도 영세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몇 퍼센트가 생사의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기준 자료를 보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쿠팡이 24.5%, 네이버쇼핑이 23.3%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고, 한때 3강으로 불리던 지마켓과 옥션은 각각 한 자릿수대에서 10% 안팎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전 순위였던 지마켓·옥션 중심의 구도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로 완전히 재편된 셈입니다.
그다음은 유통 MD로 일했던 친구가 꺼낸 컬리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거기 상세페이지가 예쁘잖아" 정도로 흘려들었는데, 친구가 현장에서 겪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사진 한 장을 찍는 데도 조명 세팅을 다시 하고, 캔이나 손처럼 익숙한 물건을 옆에 놓아 크기를 가늠하게 하는 비교샷까지 챙기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이걸 두고 "심장으로 하는 일이지만 결국은 돈으로 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컬리의 상세페이지를 다시 들여다보니 산지 정보, 보관법, 조리 예시, 그리고 마지막의 크기 비교 사진까지 순서대로 이어지는 구성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실물을 만져볼 수 없다는 소비자의 근본적인 불안을 없애기 위한 실용적인 장치인 셈입니다. 다만 이 정성이 재무로 이어지는 과정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컬리는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영업적자도 함께 불어난 시기가 있었고, 공헌이익률—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비율로, 추가 판매 한 건이 이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고정비를 감당하려면 매출을 지금보다 훨씬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친구는 말했습니다. 재무 선배는 이 대목에서 "감성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재무적인 문제를 낭만적으로 포장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꼬집었는데, 저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콘텐츠의 힘은 분명히 실재하지만, 그것과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컬리에게 남은 숙제로 보입니다.
네이버쇼핑 얘기는 조금 결이 달랐습니다. 쿠팡이 고객 편의를 앞세워 공급자 쪽에서 수수료를 더 가져가는 구조라면, 네이버는 정반대로 입점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는 대신 판매자가 자신만의 브랜드 공간을 꾸릴 수 있게 해줍니다.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하는 사장님이 온라인에 가게를 낼 때, 오픈마켓에 입점하면 브랜드가 잘 기억되지 않지만 스마트스토어에서는 그 스토어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는 겁니다. 여기에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도 한몫합니다. 다른 곳이 몇십 원 단위로 돌려줄 때 네이버는 광고 매출이라는 별도의 현금 창구가 있어 더 넉넉하게 적립해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가격 비교도 결제도 네이버 안에서 끝내는 소비 패턴이 자연스럽게 굳어집니다. 친구가 들려준 사례 중 인상 깊었던 건, 예전에는 그냥 버려지던 부위가 스마트스토어에 올라가자 하루에도 여러 건씩 팔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쿠팡의 경쟁력이 빠른 배송이라면, 네이버의 경쟁력은 이런 롱테일 상품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만들어준다는 데 있는 셈입니다. 다만 쿠팡과 네이버가 온라인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양분하는 구도가 굳어지고 나면, 네이버도 언젠가는 수수료 인상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고 선배는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형마트에서 일했던 후배 얘기를 들을 때는 표정이 유독 씁쓸해 보였습니다. 매장 푸드코트를 리뉴얼했을 때 초반 반응은 꽤 좋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본사에서 원가 절감 지침이 내려오면 현장에서는 식자재 품질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개별 매장 직원이 아무리 애를 써도 식자재 단가를 본사가 정하는 이상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개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유통이 전체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흐르며 계속 커져 왔고, 정부가 발표하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오프라인 중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백화점이나 편의점보다 부진한 흐름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만 후배와 얘기를 나누며 제가 짚고 싶었던 지점은, 대형마트가 밀리는 이유가 단순히 "온라인이 편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쿠팡이 잘된 건 온라인이라서가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 전 탐색부터 결제, 수령, 반품까지 겪는 전체 과정—흔히 사용자경험이라 부르는 그 만족도—때문입니다. 다음날 새벽에 받을 수 있다는 확신, 반품이 번거롭지 않다는 경험이 쌓여야 재구매로 이어지는데, 대형마트 온라인몰의 상품 페이지가 사진 몇 장에 크기 정보도 없이 올라와 있다면 소비자는 굳이 거기서 클릭할 이유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더 좋은 입지와 더 넓은 매장이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그 경험의 질이 승패를 가르는 시대로 바뀐 셈입니다. 미국 월마트가 매장 내 픽업과 온라인 주문을 연결해 반등에 성공한 사례는, 오프라인이라도 이 전선을 제대로 읽으면 살아남을 여지가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단톡방에서 이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어느 플랫폼이 이기느냐보다, 어느 플랫폼이 소비자의 불편을 더 빠르게 없애느냐가 진짜 경쟁이라는 것입니다. 쿠팡은 배송 경험으로, 컬리는 상품 정보에 대한 신뢰로, 네이버는 가격 비교와 브랜딩 환경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 싸움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반등하려면 온라인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오프라인이라는 공간 안에서 소비자가 지금 불편하다고 느끼는 지점부터 하나씩 찾아 없애는 작업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 관련 수치는 시점에 따라 계속 바뀌는 값이니, 최신 현황이 궁금하신 분은 공정거래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최근 자료를 함께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