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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축구 하는 형이 술자리에서 불쑥 꺼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우리 팀이 딱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야." 키워놓으면 뺏기고, 저비용 고효율만 강요받는다는 하소연이었는데, 듣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NBA와 MLB의 연봉 구조를 나란히 들여다보면, 이게 단순한 스포츠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리그 전체의 성격을 바꿔놓고, 결국 선수와 팬 모두의 경험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셀러리캡과 빈부격차 — NBA는 조율, MLB는 방목
회사 다닐 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팬이었던 동료가 스테픈 커리 재계약 논란 당시 꽤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팀 문화를 지키려면 그 돈은 당연히 줘야지"라고 했는데, 그때는 그냥 팬심이라고 넘겼습니다. 나중에 NBA 연봉 구조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말이 단순한 감정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NBA는 셀러리캡(Salary Cap) 구조를 운영합니다. 셀러리캡이란 각 구단이 선수 연봉에 쓸 수 있는 상한선을 리그 전체 매출 기준으로 정한 제도로, 쉽게 말해 "이 이상은 쓰지 마라"는 공동 합의입니다. NBA는 소프트캡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상한선을 초과하면 사치세(Luxury Tax)를 납부해야 합니다. 사치세는 캡을 넘겨 쓴 구단이 초과분에 비례해 내는 일종의 벌금으로, 이 재원은 캡 이하로 운영한 구단들에게 배분됩니다. 게다가 구단은 매출의 90% 이상을 반드시 선수 연봉으로 지출해야 합니다. 쓰고 싶어도 못 쓰고, 안 쓰고 싶어도 써야 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골든스테이트가 이 사치세를 수천억 원어치 납부하면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동료가 말한 "팀 문화를 지킨다"는 건, 결국 이 제도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쓰겠다는 선언이었던 셈입니다. 저는 그때 그 판단을 그냥 팬심으로 흘려들었는데, 이런 구단 운영 철학을 팬이 직관적으로 먼저 읽어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반면 MLB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사치세 구간 자체가 2억 3,300만 달러(약 3,100억 원)로 넉넉하게 설정돼 있고, 이를 훨씬 밑도는 구단도 수두룩합니다. 뉴욕 메츠가 연봉 총액 3억 5,800만 달러를 쓰는 동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5,9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같은 리그 안에서 여섯 배 넘게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그 형이 "우리 팀이 딱 오클랜드 같다"고 했을 때, 저도 그 비유가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오클랜드 같은 저예산 구단은 드래프트 지명권을 활용해 유망주를 뽑고, 그 선수가 서비스 타임(Service Time) 3년을 채우는 동안 최저 연봉 수준인 약 72만 달러(약 10억 원)로 묶어둡니다. 서비스 타임이란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뛴 누적 기간을 뜻하며, 이 기간이 쌓여야 연봉 조정이나 자유계약 자격이 생깁니다. 즉 저예산 구단은 이 기간 동안 가성비 좋게 활용하고, 몸값이 오르면 트레이드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합니다. 다만 그 과정을 팬 입장에서 보면 꽤 지칠 수 있습니다. 좋아하던 선수가 막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 팔려나가는 걸 반복해서 지켜봐야 한다는 건, "절묘한 운영"이라기보다는 만성적인 이별의 사이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NBA 셀러리캡: 소프트캡 방식, 초과 시 사치세 부과, 하한선(매출의 90%) 의무 지출
- MLB 사치세 구간: 2억 3,300만 달러로 설정, 구단 간 실제 지출 최대 6배 이상 차이
- MLB 서비스 타임: 3년간 최저 연봉 적용, 6년 이후 자유계약 자격 발생
- NBA 신인 연봉: 드래프트 순위에 따라 금액이 테이블로 고정, 협상 여지 없음
오타니와 스콧 보라스 — 연봉 시장의 두 극단
야구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지인이 오타니 쇼헤이를 두고 "저 정도면 그냥 만화 주인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숫자를 보고 나서는 그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오타니는 투수로 메이저리그 상위권에 꼽히면서, 동시에 타자로도 같은 순위권에 듭니다. 그동안 누구도 진지하게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을 실제로 해내고 있는 선수입니다.
오타니의 현재 연봉은 연봉 조정(Arbitration) 3년차 기준으로 3,000만 달러입니다. 연봉 조정이란 자유계약 이전 4~6년차 선수가 구단과 성적 기여도를 놓고 협상하는 제도로, 이 연차의 3,000만 달러는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자유계약(FA) 이후에는 5억~6억 달러 수준의 계약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마이크 트라웃이 세웠던 12년 4억 달러 계약을 가볍게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이런 계약 규모는 들을 때마다 숫자가 커서 실감이 잘 안 나지만, NBA 최고 연봉인 스테픈 커리의 연간 약 600억 원과 단순 비교해도 총액 기준으로는 압도적인 차이가 납니다.
야구에서 돈을 많이 쓴다고 반드시 성적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점도 이 시장을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야구는 26명이 함께하는 스포츠라 한 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분산됩니다. 던지는 근육과 치는 근육이 달라 부상 위험이 높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그래서 뉴욕 메츠처럼 오너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도 리그 하위권에 머무는 역설이 종종 생깁니다. 오타니에게 6억 달러를 쓰더라도 나머지 25명의 공백이 크면 성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구조입니다. 이 점이 야구를 투자 대비 성과가 가장 불확실한 종목 중 하나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이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스콧 보라스(Scott Boras)입니다. 마이너리그 선수 출신으로 법률을 공부한 뒤 에이전트로 전향한 그는, 역대 최고 계약 기록을 반복적으로 갈아치우는 방식으로 선수 연봉 시장 전체를 밀어올려 왔습니다. 그의 영향력은 개별 협상을 넘어섭니다. 보라스가 특정 선수에게 1억 달러 계약을 성사시키면, 이후 비슷한 급의 선수들은 에이전트가 누구든 1억 달러 이하로 사인하기 어려워집니다. 업계 전체의 기준점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스콧 보라스를 향해 "위대한 에이전트"라는 평가에 물음표를 붙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선수 개인에게는 최선이지만, 산업 전체의 임금을 급격히 끌어올려 저예산 구단의 입지를 더 좁힌다는 비판입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협상력이 강한 개인이나 조직을 두고 반복되는 구조적 논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스포츠 경영학을 전공한 후배가 "셀러리캡이 있다고 사회주의라 부르는 건 좀 과한 비유"라고 지적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도를 정치 체제에 빗대면 실제 작동 원리가 오히려 흐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고로 2026년 7월 현재 MLB는 새 단체협약(CBA) 협상을 진행 중이며, 사무국 측에서 경성 샐러리캡(하드캡) 도입을 공식 제안한 상태입니다(현행 협약은 2026년 12월 만료 예정). 이 글에서 설명한 "MLB는 사치세 구간이 넉넉해 자본력이 좌우한다"는 구조는 현행 협약 기준이며,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NBA와 MLB의 연봉 구조를 나란히 보면, 결국 두 리그가 서로 다른 문제를 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NBA는 선수 한 명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균형을 맞추려 하고, MLB는 선수 영향력이 분산되는 만큼 자본 경쟁이 더 벌어지는 구조입니다.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각 리그가 왜 이런 설계를 택했는지를 들여다보면 스포츠가 훨씬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기축구 형의 푸념을 다시 떠올리면, 그 형 회사가 오클랜드식으로 운영된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클랜드 같은 구조 안에서도 탬파베이 레이스처럼 저예산으로 상위권을 찌르는 팀이 나올 가능성은 있으니까요. 다만 그 사이클을 견뎌야 하는 팬과 직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두 리그의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스포츠 뉴스가 다르게 읽히고, 신기하게도 회사 조직 이야기까지 좀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참고: MLB 선수노조(MLBPA) 공식 CBA 안내 페이지 / Spotrac(스포츠 연봉 전문 트래킹 사이트)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22_Q26yofE4&list=PLbG_OH_pU3mr80W2ShL6W2JDYmdH9D9Am&index=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