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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토요일 저녁, 지인 손에 이끌려 오랜만에 축구장을 찾았다. 원래는 집에서 중계나 볼 생각이었는데, 막상 경기장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선 걸 보고 조금 놀랐다. 예전 같으면 빈 좌석이 듬성듬성 보였을 법한 자리까지 사람들이 꽉 채워 앉아 있었고, 골이 터질 때마다 옆자리 아이 손을 잡고 같이 소리 지르는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축구를 오래 봐온 사람 입장에서는 "요즘 K리그,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관중 수로 확인되는 K리그 흥행
느낌만이 아니라 숫자로도 이 흐름은 뚜렷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K리그1·2 합산 유료 관중은 2023시즌 300만 명을 처음 넘긴 뒤 이듬해에도 300만 명대를 유지했고, 2025시즌에는 3년 연속으로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같은 시즌 입장 수입 역시 460억 원을 넘기며 2013시즌 공식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정 팀 한두 곳의 반짝 흥행이 아니라 리그 전반의 객단가와 관중 규모가 함께 오른 결과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날 함께 경기장에 갔던 지인은 스포츠 마케팅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이다. 경기 중간에 그가 던진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관중은 느는데, 그게 곧바로 구단 흑자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입장 수입은 매출의 일부일 뿐이고, 선수단 인건비 비중이 워낙 크거든요." 실제로 K리그 구단들은 매년 입장 수입 기록을 갈아치우면서도 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흥행과 재무 건전성은 같은 그래프 위에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속도가 다른 두 개의 곡선인 셈이다.
입장 수입은 역대 최고, 그런데 왜 구단은 여전히 빠듯할까
2025시즌 K리그1 구단별 입장 수입을 보면 격차가 꽤 크다. FC서울이 70억 원대로 가장 많았고, 우승팀 전북 현대가 52억 원대, 울산HD가 41억 원대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하위권 구단은 이 수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입장 수입이 구단 전체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작다는 점이다. 선수단 연봉, 훈련 시설 유지비, 스태프 인건비까지 합치면 입장 수입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구조가 대부분 구단의 현실이다.
지인은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마케팅이나 프런트 인력에 배정되는 예산이 선수단 예산에 비해 턱없이 적은 구단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티켓 파워를 만드는 기획력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요." 실제로 K리그 구단들의 조직 규모는 해외 빅클럽과 비교하면 소박한 편이다. 관중이 늘어나는 지금이야말로 이 구조를 바꿀 기회라는 인식이 업계 안팎에서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유럽 빅클럽들은 입장 수입, 스폰서십, 중계권 수입이 비교적 고르게 분산된 수익 구조를 갖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K리그는 아직 입장 수입과 스폰서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중계권 수입의 절대 규모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축구 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온다. 다만 이 부분은 구단별 재무제표 원자료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만큼,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구조적인 경향으로 이해하는 편이 안전할 것 같다.
쿠팡플레이가 쏘아올린 변화
최근 K리그 화제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쿠팡플레이다. OTT 시장 조사 결과를 보면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며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2위권을 다투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 성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K리그를 비롯한 스포츠 중계 확대가 꼽힌다. 유럽 4대 리그, NBA, F1까지 중계 라인업을 넓히면서 스포츠 콘텐츠가 신규 가입자 유입의 실질적인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인은 이 흐름을 두고 "OTT 입장에서 스포츠는 드라마와 다르게 시즌 내내 꾸준히 신규 에피소드가 나오는 셈이라 구독 유지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리그와 쿠팡플레이는 서로가 서로의 화제성을 밀어주는 관계에 가까워 보인다. 리그는 노출을 늘리고, 플랫폼은 구독자를 늘리는 구조다. 다만 이 투자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는 게 지인의 의견이었다.
남는 질문
경기장을 나서면서 든 생각은 이랬다. 관중이 늘고 화제성이 커지는 건 분명 반가운 신호지만, 그게 곧 구단의 재무 건전성으로 이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 입장 수입 기록 경신, OTT의 공격적인 투자, 젊은 선수들의 성장까지 여러 호재가 겹친 지금이 리그 구조를 다지는 데 중요한 시기라는 데는 지인도 동의했다. 다음에 경기장에 다시 갈 때는 관중석 풍경만이 아니라 구단이 어떤 방식으로 이 흐름을 수익으로 연결하는지도 한번 눈여겨봐야겠다.
이 글에 인용된 관중·입장수입·MAU 수치는 2025시즌 및 관련 보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구단에 대한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시기보다는 참고 정보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역대 최다 관중+최고 입장 수익'...2025시즌 K리그 입장 수입 및 객단가 발표 - MAXPORTS NEWS, 쿠팡플레이 MAU 900만 돌파 - 인사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