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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를 여러 개 들고 있으면 분산투자가 잘 된 걸까요?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테마형 ETF를 그때그때 담다 보니 계좌 앱을 켤 때마다 종목이 여섯 개를 넘어섰는데, 막상 하나씩 눌러 구성종목을 들여다보니 엔비디아 하나가 여기저기 겹쳐서 들어 있더라고요. 그게 분산이 아니라 그냥 같은 위험을 여러 번 사고 있던 셈이었습니다. 2026년 7월 현재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500조 원을 넘어섰고, 그 성장을 이끈 주역은 다름 아닌 개인 투자자입니다.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졌는데, 정작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분산투자라는 착각, ETF를 많이 사면 해결될까
회사 동료 중에 ETF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스닥100, AI 반도체 ETF, 테슬라 레버리지까지 잔뜩 사놓고 점심시간마다 "나는 다 계획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정작 왜 그 비중인지 물으면 말끝이 흐려지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 그건 계획이 아니라 포모(FOMO)에 가까웠습니다. 여기서 포모란 남들이 수익 낸다는 얘기에 불안해서 충동적으로 따라 사는 심리를 말합니다.
ETF를 여러 개 보유하면 분산투자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S&P 500 ETF와 나스닥100 ETF, AI 반도체 ETF를 동시에 들고 있으면 겉으로는 세 종목이지만 안에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상위 종목이 계속 중복될 수 있습니다. 상관계수(Correlation)가 높다는 뜻인데, 쉽게 말해 한쪽이 떨어지면 나머지도 같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분산의 효과가 기대보다 훨씬 작아질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했습니다. 테마형 ETF 두 개를 충동적으로 담았다가 몇 달 못 버티고 손실을 보고 팔았는데, 그때는 스스로 "분산투자"라고 합리화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냥 불안감에 반응한 거였습니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는 기관 투자자보다 매매 회전율이 높고 보유 기간이 짧은 경향이 있다는 통계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는데(출처: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 이 짧은 보유 기간이 수익률을 갉아먹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곤 합니다.
ETF의 구조 자체는 탄탄한 편입니다. 패시브 ETF(Passive ETF)란 펀드 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고르는 게 아니라, 이미 설계된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S&P 500 지수처럼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을 담아 정기적으로 종목을 교체하는 방식이죠. 덕분에 운용보수가 낮고, 어떤 종목이 어떤 비율로 들어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 펀드는 매니저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내부 구성을 즉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집 냉장고처럼 재료를 하나씩 사 모으다 보면 결국 못 쓰고 버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딱 필요한 것만 담긴 밀키트를 고르는 게 더 현실적일 때가 많습니다.
- S&P 500과 나스닥100을 동시에 보유하면 상위 종목 중복으로 실질 분산 효과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 테마형 ETF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10~20% 이내 비중으로 제한하는 것이 무난해 보입니다
- 월 적립 금액이 소액일수록 ETF 종목 수를 줄이는 것이 관리 효율 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 패시브 ETF는 운용보수가 연 0.1% 미만인 상품도 있으며, 일반 펀드 대비 비용 부담이 낮은 편입니다
포트폴리오 설계와 리밸런싱, 왜 나이보다 원칙이 중요한가
나이대별로 30대는 성장형, 50대는 안정형이라는 식의 구분을 많이 봅니다. 큰 틀에서 틀린 말은 아닌데, 저는 이 분류가 다소 단순하다고 느꼈습니다. 같은 30대라도 소득 수준과 부채 규모, 리스크 감내력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나이 하나로 포트폴리오(Portfolio)를 재단하는 건 편리하지만 실제 내 상황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포트폴리오란 자신이 보유한 금융 자산의 조합과 비율 전체를 뜻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리밸런싱(Rebalancing)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밸런싱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별 비율이 달라졌을 때, 원래 설정해 둔 비율로 다시 맞추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성장형 ETF 비중을 60%로 잡았는데 주가 상승으로 70%가 됐다면, 일부를 팔거나 다른 자산을 더 매수해 60%로 되돌리는 식입니다. 저는 이걸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보는 편인데, 문제는 종목이 많으면 이 과정 자체가 번거로워져서 결국 방치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세금 측면도 실제로 계산해보면 꽤 차이가 납니다. 일반 계좌에서 ETF 수익이 나면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됩니다. 반면 연금저축계좌나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활용하면 수령 시점에 3.3~5.5% 수준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됩니다. 여기서 IRP란 근로자가 퇴직 후를 대비해 세제 혜택을 받으며 운용하는 개인 전용 퇴직연금 계좌를 의미합니다. 장기 복리 투자를 계획한다면 이 차이가 수십 년 후 원금 대비 상당한 금액으로 불어날 수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S&P 500은 믿어도 된다"는 말이 투자 커뮤니티에서 워런 버핏의 말처럼 자주 회자되는데, 정확히 이 문장 그대로 한 발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버핏의 지수 투자 철학을 대중적으로 압축해 표현한 일종의 통용구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표현은 반박 불가능한 전제를 깔아서 확신을 주는 화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전제 자체가 검증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S&P 500 지수의 최근 30년 연평균 수익률이 약 10% 전후라는 건 여러 통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직접 계산해봤는데, 매달 30만 원씩 20년간 연 8% 복리로 굴리면 원금 약 7,200만 원이 1억 7천만 원 넘게 불어납니다. 숫자가 주는 설득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제 경험상 ETF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건 종목 선택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이 10% 정도 빠지면 손이 근질근질해지더라고요. 결국 수익률을 갉아먹는 건 잘못된 종목 선택보다,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파는 반복 패턴일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두세 개로 구성하고 리밸런싱 원칙만 지켜도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보다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지금 저의 결론입니다.
ETF는 구조적으로 잘 설계된 상품입니다. 하지만 좋은 도구를 잘못 쓰면 오히려 복잡해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종목을 줄이고 원칙을 세우는 것이 더 어렵더라고요. 지금 당장 계좌를 열어 종목 수를 세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세 개가 넘는다면, 각각이 실제로 다른 위험을 분산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