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우연히 들은 한마디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옆에서 뛰던 아저씨가 이어폰으로 야구 라디오 중계를 듣고 있길래 끝나고 물어봤더니, 20년 넘게 매일 저녁 그 시간에 무조건 켠다고 하더군요.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NBA와 MLB 중 어디가 더 잘 나가는 스포츠인지 숫자로 한번 찾아봤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2022년 포브스 추정치 기준으로 NBA 매출은 약 100억 2천만 달러, MLB는 약 108억 달러였습니다. 거의 붙어버린 겁니다. 20년 전인 2001년만 해도 NBA는 약 26억 달러, MLB는 약 35억 달러로 MLB가 50% 이상 앞서 있었는데 말이죠. 이 격차가 어떻게 좁혀졌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어떤 구조적 차이가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20년 만에 따라잡힌 매출, 결정적 변곡점은 커리와 르브론
이 성장 곡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스테판 커리와 르브론 제임스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2010년대 중반입니다. NBA 파이널에서 두 팀이 4년 연속 맞붙으면서 리그 전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게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NBA 구단 평균 영업 이익(매출에서 선수 연봉과 운영비 등을 뺀 실제 남는 돈)은 2010년대 중반 500만~600만 달러 수준에서 2022년 기준 약 9,000만 달러로 뛰었습니다. 같은 회사가 10년 만에 이익을 20배 키운 셈이니, 스포츠 리그치고는 이례적인 성장 속도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MLB 구단의 평균 영업 이익은 1,200만~1,500만 달러 선에서 크게 오르지 않고 거의 횡보했습니다. 매출은 꾸준히 컸지만 이익이 쌓이지 않는다는 건, 선수 연봉 상승과 운영 비용 증가가 수익을 그대로 잡아먹고 있다는 뜻입니다. 로스터가 26명이나 되는 MLB의 인건비 구조가 여기서 발목을 잡는 셈이죠.
경기장을 직접 소유하면 벌어지는 일
구단 가치만 놓고 보면 아직 전통 강호가 앞섭니다. 뉴욕 양키스는 약 71억 달러(한화 약 9.2조 원), LA 레이커스는 약 59억 달러(한화 약 7.7조 원) 수준으로, 매출액도 양키스가 레이커스보다 1.5배가량 많습니다. 그런데 영업 이익에서는 역전이 일어납니다. 레이커스의 영업 이익이 약 1억 6천만 달러로 양키스를 훌쩍 넘어서거든요.
이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입니다. 2019년 오클랜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전하면서 구단이 자체 자금으로 지은 체이스 센터(Chase Center)가 그 배경인데, 이 경기장은 주차·식음료·콘서트 같은 경기 외 수익이 전부 구단 수입으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경기장 자체가 일종의 수익형 부동산 역할을 하는 거죠.
이 구조를 처음 알았을 때 스포츠를 그냥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만 봤던 제 생각이 좀 깨졌습니다. 실제로는 부동산 소유 구조, 콘텐츠 저작권 정책, 리그 총재의 사업적 판단까지 얽힌 종합 비즈니스였던 거예요. 워리어스는 구단 가치 약 70억 달러(약 9.1조 원)에 매출 7억 6,500만 달러, 영업 이익 약 2억 6천만 달러로, 스포츠 구단 단위에서는 보기 드문 고수익 사업체입니다.
- 뉴욕 양키스 — 구단 가치 약 71억 달러, 매출 약 6.5억 달러, 영업 이익은 상대적으로 낮음
- LA 레이커스 — 구단 가치 약 59억 달러, 영업 이익 약 1억 6천만 달러로 양키스보다 우위
-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 경기장 직접 소유로 비경기 수익까지 독식, 영업 이익 약 2억 6천만 달러
고령화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MLB의 안정성
MLB 관중의 평균 연령이 약 58세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젊은 팬 유입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아는 야구 팬 한 분이 피치 클락(투수의 투구 제한 시간을 정해 경기 템포를 높이는 규칙) 도입 얘기가 나왔을 때 "이러다 야구 다 망가진다"며 진지하게 화를 낸 적이 있는데, 그 보수성이 정확히 이 고령화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걸 이제야 이해합니다. MLB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만큼 누적 기록의 연속성이 리그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룰이 바뀌면 예전 홈런 기록과 지금 기록을 단순 비교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는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젊은 팬 진입 장벽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런데도 MLB는 매출 측면에서 계속 성장해 왔습니다. 2001년 약 35억 달러였던 매출이 2022년 108억 달러로 세 배 넘게 커졌으니까요. 앞서 말한 러닝머신 옆 아저씨 얘기가 바로 이 지점을 설명해 줍니다. MLB는 시즌 중 거의 매일 경기가 열려서 관람 자체가 일상 습관으로 자리잡는 '에브리데이 스포츠'적 특성이 있고, 슈퍼스타 한 명이 없어도 리그가 쉽게 꺼지지 않는 구조적 안정성이 여기서 나옵니다.
NBA가 안고 있는 슈퍼스타 의존이라는 리스크
예전 회사 후배가 NBA 트레이드 데드라인(시즌 중 선수 이적이 허용되는 마지막 날) 새벽까지 트위터를 새로고침하다 다음 날 회사에서 존 적이 있습니다. 본인 말로는 "그날이 시즌 중 제일 재밌는 날"이라고 했는데, 경기 결과보다 팀 손익 계산과 이적 시나리오 자체를 즐기는 팬층이 NBA에는 두텁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게 리그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볼거리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NBA 총재는 팬 친화적 운영으로 평가받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유튜브 클립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저작권 정책입니다. 프리미어리그처럼 짧은 하이라이트도 엄격히 통제하는 리그와 달리, NBA는 5~6초 클립 활용을 공식적으로 열어뒀습니다. 미국 사는 삼촌한테서 "요즘 애들은 유튜브 클립으로 농구 보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트렌드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리그 차원의 의도된 전략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이 커리와 르브론이라는 두 선수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두 선수가 은퇴 수순에 접어들면 리그 성장 기울기가 꺾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루카 돈치치 같은 유망주가 있지만, 정통 미국인 슈퍼스타가 아니라는 점이 현지 팬덤 형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NBA가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 전략으로 젊은 팬층을 붙잡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아이콘 공백이 생겼을 때 그 구조가 얼마나 버텨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결국 정답은 없다
숫자만 보면 NBA의 성장세가 압도적이고, 구단 수익성도 전 세계 스포츠 리그 중 손에 꼽히는 수준입니다. 반면 MLB는 관중 평균 연령 58세라는 숫자가 불안하게 보이지만, 20년 넘게 매일 저녁 라디오를 켜는 팬이 있는 한 이 리그는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리그와 느리게 안정적으로 가는 리그 중 어느 쪽이 더 건강한가는 보는 시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는지와 상관없이, 지금 두 리그가 어떤 구조로 돈을 벌고 어떤 리스크를 안고 있는지 알면 관람이 한 층 더 재밌어집니다. 팬이 아니어도 스포츠를 산업으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위 매출·영업 이익 수치는 2022년 포브스(Forbes) 추정치를 기준으로 합니다. 아래 링크는 포브스의 최신(2025~2026년) 구단가치 리스트로 연결되며, 리그 산업 구조를 이해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