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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등산 동호회 지인들과 저녁 모임을 하다가 캠핑 장비 이야기가 나왔다. 한창 캠핑이 유행하던 시절 큰맘 먹고 들였던 텐트와 체어를 요즘은 거의 안 쓴다는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 "중고 거래 앱에 캠핑 카테고리 들어가 보면 물건이 쏟아진다"는 말에 실제로 검색해 봤더니, 정말 상태 좋은 장비들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줄줄이 올라와 있었다. 한때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던 인기 제품들도 지금은 원래 가격 근처로 내려온 경우가 많았다. 유행이 한 차례 지나갔다는 게 눈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캠핑 시장, 정말 얼마나 커졌을까
느낌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숫자를 찾아봤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1 캠핑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캠핑산업 추정 규모는 6조 3천억 원으로, 2020년의 5조 8천억 원보다 8.2% 늘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여가 소비가 캠핑으로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 많았다. 등록 캠핑장 수도 2021년 기준 2,703개로 전년보다 14.4% 증가했고, 가구당 캠핑 1회 지출액도 46만 5천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기간에 시장이 몇 배로 불어난 셈이니, 그 안에서 브랜드별 온도차가 크게 갈렸을 거라는 짐작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브랜드별로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같은 캠핑 붐을 탔어도 브랜드마다 성장 곡선은 꽤 달랐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녹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헬리녹스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00억 원대에서 2022년 769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고, 2023년에는 920억 원까지 늘었다. 초경량 캠핑 의자와 텐트폴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운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오래전부터 시장을 지켜온 코베아처럼 취급 품목이 넓은 종합 캠핑용품 기업들은 코로나 특수 이후 다소 조정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업계 안팎에서 종종 들린다. 다만 개별 기업의 정확한 최근 재무 수치는 공시 자료마다 편차가 있어, 이 부분은 구체적인 금액보다는 '브랜드별 부침이 컸다'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등산 동호회 지인 중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해 본 사람은 이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비 자체의 기능과 내구성이 좋은 브랜드는 광고를 크게 안 해도 입소문만으로 재구매가 이어져요. 반대로 유행에 편승해 급하게 라인업만 늘린 브랜드는 유행이 꺾이자마자 재고가 남아돌더라고요." 실제로 캠핑 장비 시장에서는 원가율이 높은 편인데도 꾸준히 이익을 내는 브랜드와,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따라오지 못한 브랜드가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요즘 매대를 채우는 건 라이선스 브랜드
캠핑 장비 못지않게 눈에 띄는 변화는 의류 쪽이다. 캠핑을 자주 다니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도 최근 몇 년 새 아웃도어·캠핑 감성을 입힌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가 부쩍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F&F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F&F는 2022년 매출 1조 8천억 원, 영업이익 5,237억 원을 기록했는데, 그중 MLB 브랜드의 해외 판매액만 1조 원을 넘겼다. 스포츠 리그나 유명 브랜드의 로고를 활용하는 라이선스 방식은 별도의 인지도 구축 비용 없이 빠르게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브랜드를 처음부터 키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인은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옷이 좋아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로고 하나로 '이 사람 취향을 좀 아는구나' 싶은 인상을 주는 효과도 무시 못 해요." 캠핑이 단순한 야외 활동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자 보여주기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장비 브랜드보다 의류 브랜드의 성장 폭이 더 가파른 시기가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행은 지나가도 남는 것들
중고 거래로 장비를 정리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해서 캠핑 시장 자체가 사그라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반짝 유행을 좇던 수요가 빠지고, 실제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조정기가 오히려 건강한 신호라는 생각도 든다. 거품이 걷히고 나서도 남는 브랜드가 결국 오래갈 브랜드일 테니 말이다. 다음 캠핑에 나설 때는 장비의 브랜드 로고보다, 몇 년째 손이 가는 물건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살펴봐야겠다.
이 글에 인용된 시장 규모 및 기업 실적 수치는 각 발표·보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이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나 기업에 대한 투자·구매 판단의 근거로만 활용하시기보다는 참고용 정보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캠핑산업 규모 6조3000억 8.2%↑…캠핑장 수도 14.4% 늘어 - 뉴시스, 헬리녹스 기술력으로 美 관세위기 극복…해외 상장 목표 - 한국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