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팀 대리님이 5월에 인텔 샀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저는 속으로 "왜 하필 인텔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다들 죽어가는 공룡 취급하던 회사였으니까요. 그런데 배경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이건 단순한 실적 반등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CEO 교체부터 미국 정부의 지분 인수, 빅테크 연쇄 투자, CPU 수요 패러다임 전환까지 여러 겹의 이야기가 맞물려 있었고, 그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야 대리님한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텔 주가 급등, 그 배경에 겹겹이 쌓인 이유들
2026년 6월 말 인텔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142달러대까지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초 저점과 비교하면 200%를 훌쩍 넘는 상승률이었습니다. 다만 반도체 관련 개별 종목은 등락이 워낙 커서, 이 글의 상승률·주가 수치는 모두 특정 시점의 스냅샷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이 글을 정리하는 지금 시점 기준으로는 인텔 주가가 고점 대비 상당폭 조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어쨌든 같은 기간 M7 기술주 중 상대적으로 덜 오른 알파벳과 비교하면 상승 폭 자체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차트를 보면 30~40달러대에 머물던 주가가 140달러 선까지 치솟았는데, 이 흐름의 진짜 출발점은 실적 발표보다 앞에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8월 미국 정부 명의로 인텔 지분 약 10%를 주당 20.47달러, 총 89억 달러(약 12조 원)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2025년 9월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한 날 주가는 22%가량 급등했고, 일론 머스크의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에 인텔이 합류했다는 소식, 그리고 2026년 5월 애플이 인텔과 반도체 위탁 생산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온 날에는 하루에만 14%대의 급등이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인수한 지분의 평가액은 주가 등락에 따라 계속 달라지고 있는데, 인텔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수백억 달러 단위로 출렁이는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SNS에서 자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됩니다.
기술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은 2025년 10월 무렵 1.8나노급 공정(18A) 상용화를 알리며 선단 공정 경쟁에 본격 합류했습니다. 선단 공정이란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극한까지 줄여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최첨단 제조 기술을 말합니다. TSMC 출신 인력 영입을 둘러싼 논란도 일부 제기됐지만, 어쨌든 인텔이 삼성과 TSMC에 뒤처졌던 파운드리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제조 방식을 가리킵니다.
한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 Semiconductor Index, SOX)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로, 반도체 섹터 전반의 온도를 확인하는 기준으로 활용됩니다(출처: Nasdaq SOX Index). 단순히 인텔 한 종목의 이슈가 아니라 섹터 전체가 함께 들어 올려진 국면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미국 정부의 인텔 지분 약 10% 인수(2025년 8월, 89억 달러·주당 20.47달러) → 이후 주가 상승에 따라 평가액이 수백억 달러 단위로 불어난 것으로 보임
- 엔비디아 50억 달러 투자 발표 당일(2025년 9월) 주가 22%가량 급등
- 애플-인텔 반도체 위탁 생산 예비 계약 보도 당일(2026년 5월) 주가 14%대 급등
- 18A(1.8나노급) 공정 상용화 발표로 기술력 재평가
-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같은 기간 동반 급등
CPU 수요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제가 느낀 버블 신호
이번 인텔 랠리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이 하나 있어 보입니다. GPU 중심에서 CPU 중심으로의 수요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AI 초기에는 대규모 학습(Training)을 위해 GPU가 압도적으로 많이 필요했습니다. CPU 한 개당 GPU가 여러 개 필요하던 구조였는데, 지금은 AI 에이전트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그 비율이 좁혀지고 있다고 ARM 최고경영자가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란 사람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시스템을 말하는데, 이 추론(Inference) 과정에서 CPU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흐름을 타고 ARM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고, AMD의 서버 CPU 관련 매출도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AMD 최고경영자 리사 수는 2030년 서버 CPU 시장 매출이 1,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였던 연 18% 성장률을 두 배 가까운 35%로 상향 조정한 수치입니다(출처: AMD Investor Relations). AMD는 2026년 4월 한 달에만 74% 급등하기도 했는데, 이는 근래 보기 드문 월간 상승폭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이야기는 이 전체 흐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일 수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했고, 2020년 위워크 손실 등으로 자금이 필요해지자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영국·EU 규제당국의 반대로 이 딜은 결국 2022년 초 무산됩니다. ARM의 시가총액은 2026년 7월 기준 약 2,900억~3,8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그때 400억 달러에 그대로 팔렸다면, 지금 기준으로는 훨씬 더 큰 규모의 기회비용을 확정 짓는 거래가 될 뻔했던 셈입니다. 소프트뱅크 주가도 최근 1년간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영상을 보면서 제가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예전에 저도 어떤 종목이 하루에 20% 오르는 걸 보고 "나만 못 타는 거 아니냐"는 조바심에 뒤늦게 들어갔다가 물린 경험이 있거든요. 영상에서 변기 회사·노래방 기업·신발 회사까지 AI 관련이라고 수백 퍼센트 올랐다는 사례들을 나열하면서 "포모(FOMO,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대목이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포모(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남들은 다 수익을 내는데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불안감을 가리킵니다. 제 과거 뇌동매매의 진짜 원인이 바로 그 감정이었으니까요.
이 영상이 잘한 부분은 인텔 상승을 단순히 "실적이 좋아서"로 끝내지 않고 여러 겹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풀어준 점입니다. 다만 "CPU 시대가 왔다"는 서사는 다소 결론 선행적으로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인텔, ARM, AMD 주가가 다 같이 올랐다는 사실 자체를 근거로 프레임을 먼저 세우고, 그 뒤에 CEO 발언을 끼워 맞추는 구조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특정 기업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그 주가 상승을 정치적으로 홍보하는 행위가 시장 개입이나 이해상충 측면에서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는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워런 버핏이 "지금처럼 사람들의 투기·도박 심리가 강했던 적이 없다"는 취지로 경고했던 대목은 그냥 한 줄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발언으로 보입니다.
팀 대리님한테 "인텔이 왜요?"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했던 게 이제는 제 무지를 드러낸 말이었다는 걸 압니다. 구조를 모르면 표면만 보게 되고, 표면만 보면 틀린 판단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승 랠리에 올라타는 게 맞는 판단인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CPU 수요 증가라는 방향성은 실제로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변기 회사까지 AI 테마로 수백 퍼센트 오르는 시장은 제 경험상 언제나 조심해야 할 신호였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개별주는 변동성이 워낙 커서, 이 글에 나온 수치들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빠른 상황 파악에는 유용한 콘텐츠지만, 실제 투자 판단은 그 서사와 분리해서 최신 주가를 직접 확인하며 각자 냉정하게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wY_s50Hw3g&list=PLFFs3piXvo8s&index=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