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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서 유행하던 안무 챌린지를 따라 춰본 적이 있다. 원곡 가수보다 그 안무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가 더 궁금해졌던 순간이었는데, 찾아봐도 정작 안무가의 이름은 어디에도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노래는 저작권자가 분명한데 춤은 왜 그렇지 않을까. 이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니, 댄스 스튜디오 '1MILLION'을 만든 리아킴과 안무가 효진초이의 인터뷰, 그리고 실제 안무 저작권 논의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가 함께 보였다.
댄스는 아직 '산업'이라 부를 수 있을까
리아킴은 한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아직은 씨앗과 새싹 사이 어딘가에 있는 단계라고 답했다. 그가 처음 스트리트 댄서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방송팀 막내로 들어가 무보수로 무대에 세워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지금은 다양한 연령대가 댄스 학원을 찾고 '댄서'라는 직업이 하나의 커리어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분명 달라지긴 했지만, 산업이라 부를 만한 구조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웹툰과 e스포츠가 걸어온 길이 참고가 된다. 웹툰 작가들도 한때는 돈을 벌기 힘든 직업이었는데, 미리보기에 돈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순간부터 수익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e스포츠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처럼 전 세계 수억 명이 지켜보는 대회가 생기면서 프로게이머가 수십억 원을 버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뒤따라왔다. 댄스도 지금이 그런 인식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안무 저작권, 실제로 어디까지 논의됐나
이 산업화 과정에서 계속 발목을 잡는 문제가 안무 저작권이다. 음악은 저작권료를 정산받는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갖춰져 있는데, 춤은 그런 근거 자체가 희박하다. 국내 최대 음악저작권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1964년에 설립됐다. 60년 넘는 시간 동안 조금씩 쌓아온 신뢰와 제도 위에서 지금의 저작권료 정산 시스템이 만들어진 셈이다. 춤은 이런 역사가 아직 없다 보니, 구독자 220만 명을 가진 1MILLION 유튜브 채널조차 조회수로 인한 수익은 거의 없고 음악 저작권자에게 대부분의 수익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논의가 실제로 정지 상태인 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연구용역을 통해 안무 표준계약서 제정을 위한 연구가 진행됐고, 그 결과 제정안이 마련돼 정책연구관리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상태다. 다만 실제로 표준계약서가 확정·고시되기까지는 추가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더 필요한 단계다. 한 심층면담 연구(영남춤학회誌, 2024)에서는 현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안무저작권 도입에 대한 찬반 입장을 조사했는데, 반대 측에서는 K-POP 안무 창작의 제한과 안무가의 심리적 압박을 주요 우려로 꼽았다. 실제로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무저작권을 신경 쓰다 보면 기획사들이 검증된 유명 안무가나 대형 스튜디오에만 안무를 의뢰하게 되면서 K팝의 다양성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을 인정하는 게 오히려 신인 안무가의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언뜻 역설적으로 보이는 지적이다.
효진초이는 이 문제를 음악·게임과 비교해서 설명한 바 있다. 음악과 게임은 CD나 카트리지처럼 물리적인 형태로 오랫동안 존재해왔기 때문에 '값을 매길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잡았지만, 춤은 애초에 그런 물리적 실체가 없었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 자체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안무 저작권을 인정하는 나라가 해외에도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팝 시장이 이미 세계적으로 춤을 하나의 볼거리로 전환시킨 만큼 한국에서부터 이 논의가 시작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수익은 유튜브가 아니라 교육에서 나온다
1MILLION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 구조를 보면, 유튜브 채널 자체는 수익이 거의 없는데도 회사 매출 대부분은 교육 사업, 즉 수강료에서 나온다. 매출액을 수강생 수로 나눠보면 수업 한 타임에 2만7천 원 남짓이라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문턱을 낮추는 쪽을 택한 가격 구조다.
대치동의 입시학원 '시대인재'와 비교해보면 이 구조가 더 선명해진다. 시대인재를 운영하는 하이컨시는 2022년 매출 2,747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5% 늘어난 수치였다(출처: 위키백과). 월 300만 원에 가까운 수강료를 내고도 원하는 강사 수업을 못 들을 수도 있는 구조인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이 학원을 거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명확한 목표와 브랜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댄스 교육 시장이 앞으로 몸값을 올리려면, 결국 이런 식의 명확한 '목표 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안무 저작권이 실제로 인정된다면 벌어질 변화다. 지금은 댄서의 수입이 철저히 노동 시간에 비례한다. 몸을 쓴 만큼, 무대에 선 만큼만 받는 구조이다 보니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특정 길이 이상의 안무 배열에 창작권을 인정받고, 틱톡에서 그 챌린지가 얼마나 재생됐는지에 따라 수익을 나눠 받는 시스템이 생긴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번 히트한 안무 하나로 오랫동안 수익이 들어오는, 히트곡 하나로 저작권료를 받는 작곡가와 비슷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춤이라는 것 자체는 인류 역사와 함께 늘 존재해왔지만, 그걸 담는 그릇, 즉 산업으로서의 구조는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다. 표준계약서 제정 논의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확인한 지금, 저작권 인정이라는 벽을 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웹툰과 e스포츠가 그랬듯 어느 순간 인식이 확 바뀌는 지점이 올 수도 있다. 다음에 틱톡에서 안무 챌린지를 마주치면, 이제는 그 안무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찾아보게 될 것 같다.
※ 이 글은 공개된 인터뷰와 연구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개인적인 정리이며, 특정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글이 아닙니다.
참고: 이코노미스트 “우리도 저작권료 받고 싶어요”...K-POP 안무가들의 고민, 박한솔·민은지, <K-POP댄스의 안무저작권 도입에 대한 쟁점 분석>(영남춤학회誌, 2024), 위키백과(하이컨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