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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바게트 한 개 가격이 4,500원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 정도면 한국과 비슷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격조차 프랑스 사람들이 비싸다고 체감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국 베이커리 시장은 4조 5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는데, 정작 그 빵을 만드는 대형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 미칩니다. 이 구조가 정말 정상인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바게트는 왜 프랑스에서 더 쌀까 — 주식과 간식의 가격구조 차이
회사 선배가 프랑스 파견 근무를 다녀오며 "빵값이 한국보다 훨씬 싸더라"고 했을 때, 저는 그냥 단순한 물가 차이라고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야 그 말에 담긴 구조적인 이유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핵심은 '주식이냐 간식이냐'라는 소비 위상의 차이였습니다.
프랑스인의 삼시세끼에는 빵이 빠지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량 소비가 이루어지고, 국가가 가격 관리에 개입할 명분도 생깁니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바게트 가격에 사실상 개입하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쌀값이나 라면값을 정책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반면 한국에서 빵은 1인당 하루 섭취량이 약 20g 수준으로, 4일에 한 번꼴로 먹는 간식에 가깝습니다(출처: 국가통계포털 KOSIS 식품소비 통계).
여기서 매출원가율(매출 대비 원재료비·제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한국 베이커리 제품은 우유·버터·계란 같은 상대적으로 고비용인 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데다, 이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 이후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문제는 이미 "한국 빵은 비싸다"는 인식이 굳어진 탓에, 원가 상승분만큼 소비자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빵값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구조적인 숙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이 아닌 품목은 국가가 가격을 보호해주지 않고, 좋은 재료를 써야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며, 그럼에도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합니다. 이 삼중고가 한국 베이커리 산업의 실제 모습에 가깝습니다.
- 프랑스 정부의 빵값 개입: 빵이 주식(主食)이기 때문, 우리나라 쌀 정책과 유사한 논리
- 한국 1인당 빵 소비량: 하루 약 20g 수준, 간식에 가까운 소비 패턴
- 원자재(우유·버터·밀가루) 가격 급등 → 영업이익률 압박 심화
파리바게트의 해외 진출, 현지화가 문제였을까
파리바게트가 파리에 진출해 프랑스식 빵을 팔고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그 전략이 틀렸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좀 더 복잡한 문제로 보게 됐습니다. "현지화에 너무 목을 맸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결과만 보고 원인을 단순화한 비판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유통업계에 있었던 지인의 말에 따르면, 초창기 해외 진출 브랜드 중에는 오히려 한국식을 무작정 고집하다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현지화 자체가 잘못된 전략은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는 한국 브랜드로서의 정체성도, 현지 브랜드로서의 완전한 녹아듦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셔닝'에 있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파리바게트가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배경에는 국내 출점 규제도 있습니다. 동일 상권 내 중복 출점을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국내 매장 수가 오랜 기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성장을 멈출 수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셈입니다. 파리크라상의 2023년 매출은 약 1조 9,800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88억 원에 그쳐 영업이익률이 0.9% 수준이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다수의 해외 법인이 아직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해외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서는 '애매함'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식 소시지빵을 파는 빵집이라는 정체성이든, 아예 K-베이커리라는 포지셔닝이든 하나를 명확히 잡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소비자가 굳이 파리바게트를 찾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명확히 만들어야 했는데, 그 지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뚜레쥬르 해외 법인의 흑자 전환, 진짜 반전일까
팀 회식 후식으로 크로플이 나왔을 때, 저는 "이것도 원래 있던 디저트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거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옆에 있던 후배는 "요즘 이런 건 금방 없어지지 않냐"고 했는데, 그 말이 뚜레쥬르와 한국 베이커리 트렌드를 설명하는 데도 꽤 들어맞는 것 같았습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한때 빕스, 투썸플레이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했지만, 투썸플레이스 매각 이후 지금은 사실상 뚜레쥬르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편됐습니다. 국내 본사 영업이익은 약 130억 원 수준인데, 최근 해외 법인들의 합산 당기순이익이 약 160억 원으로 본사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법인 매출 규모도 약 1,300억 원까지 성장했습니다.
여기서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의 차이를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 세금, 환율 차손익 등 비영업 항목까지 모두 반영한 최종 이익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 컨설팅을 하는 지인의 말로는, 해외 법인의 흑자 전환이 초기 진출 비용의 상각 완료나 일시적인 환율 효과가 반영된 결과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단순히 숫자만 보고 성과를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뚜레쥬르가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파리바게트보다 현지에서 한국 브랜드라는 인식이 조금 더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해외 직영점 확장이 국내 포화 시장을 뚫을 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심당 모델은 따라 할 수 있을까 — 직영 구조와 지역 브랜드 파워
회사 옆자리 동료가 서울에 성심당 매장이 생겼는데도 굳이 대전 본점까지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걸 단순한 빵 마니아의 행동으로만 넘길 수 없었습니다. "거기 가서 먹어야 그 느낌이 산다"는 말에서, 성심당이 파는 건 빵만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장소와 경험 자체가 상품의 일부인 셈입니다.
성심당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로쏘의 재무 수치를 보면 이것이 단순한 감성 마케팅만은 아니라는 게 드러납니다. 매출액은 817억 원으로 2021년 대비 약 30% 성장했고, 영업이익률은 약 19%에 달합니다.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률 0.9%와 비교하면 거의 다른 산업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여기서 직영 구조와 프랜차이즈 구조의 매출원가율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구조란 본사가 가맹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가맹점이 다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이중 유통 구조를 뜻합니다. 즉 파리크라상의 매출 약 2조 원은 가맹점주에게 납품한 금액이지, 소비자가 실제 지불한 금액과는 다릅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큰 3~4조 원대로 추정됩니다. 반면 성심당은 직영점만 운영하기 때문에 매출 817억 원이 곧 소비자가 직접 지불한 금액 그 자체입니다.
성심당의 매출원가율은 약 57%로, 일반적인 외식업 권고 수준인 30~35%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는 재료비를 아끼지 않거나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한다는 의미인데, 이런 구조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매장당 매출액이 20억 원을 넘을 만큼 회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고정비(임차료·인건비)는 일정한데 판매량이 많아지면 단위당 고정비가 낮아지는 것, 이를 규모의 경제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성심당 모델을 다른 지역 빵집이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나는 대전이야"라는 대표의 고집은 단순한 향토 마케팅이 아니라, 대전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자산(소비자들이 그 브랜드에 부여하는 신뢰와 감정적 가치) 위에서만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런 지역 밀착형 모델은 다른 곳으로 옮겨 심기가 가장 어려운 유형이라고 봅니다.
- 성심당 영업이익률 약 19% vs 파리크라상 약 0.9% — 직영 구조의 힘
- 매출원가율 57%: 높은 수치지만 매장당 매출 20억 원 이상의 회전율로 상쇄
- 브랜드 자산은 수십 년간의 지역 밀착으로만 축적 가능 — 단기 복제 어려움
베이글이다, 크로플이다 하며 줄을 서다가도 금방 사라지는 트렌드가 반복되는 와중에도, 조용히 자리를 잡아가는 빵집들은 분명 있습니다. 한국 베이커리 시장 전체 규모는 앞으로도 커지겠지만, 그 안에서 대형 프랜차이즈의 비중은 줄고 숙련된 개인 베이커리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모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정체성 없이는 어느 시장에서도 소비자를 붙잡기 어렵습니다.
빵 하나를 사 먹을 때도 그 가격 뒤에는 주식과 간식의 차이, 프랜차이즈의 이중 마진 구조, 지역 브랜드 파워 같은 구조가 숨어 있다는 걸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다음에 동네 빵집 앞에서 줄을 서게 된다면, 그 줄이 단순한 유행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실력 위에 선 줄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본 글에 인용된 기업별 매출·영업이익 수치는 각 사의 공개된 감사보고서 및 전자공시시스템(DART)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개인적 분석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판단이나 폄훼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5dvxC8Jtek&list=PLbG_OH_pU3mr80W2ShL6W2JDYmdH9D9Am&index=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