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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동기 모임에서 한 친구가 "여자친구 쇼핑 도와주다가 세 시간을 날렸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자기는 무신사 판매순위 1위 상품을 담으면 끝인데, 여자친구는 쇼핑 앱을 세 개나 켜놓고도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때는 그냥 웃어넘겼는데, 나중에 국내 패션 플랫폼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게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의 차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무신사가 왜 뷰티와 여행, 공연 티켓 사업까지 손을 뻗는지도 그때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

플랫폼 구조: 무신사는 왜 계속 몸집을 키울까

예전 회사 옆자리 대리님이 늘 하던 말이 있습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며 무신사 판매순위를 보고 그냥 결제한다는 것이었죠. 직접 써보니 남성 카테고리에서는 정말 그렇습니다. 상위권 몇 개만 훑으면 선택이 끝납니다. 무신사가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무신사의 2022년 매출액은 약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 성장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수치만 보면 화려하지만, 같은 해 영업이익은 31억 원에 그쳤습니다. 전년도 영업이익이 585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급감입니다. 매출은 뛰었는데 이익이 쪼그라든 배경에는 리셀 플랫폼 자회사 SLDT(솔드아웃)의 대규모 적자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신사는 왜 리셀, 뷰티, 여행, 티켓까지 사업을 넓히는 걸까요. 핵심은 기업가치 밸류에이션(Valuation)입니다. 밸류에이션이란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를 뜻하는데, 무신사는 최근 약 4조 원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 규모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결국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합니다. 상장 시점에는 최소 5~6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하는데, 현재의 영업이익 규모로는 그 배수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친구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투자받은 돈은 결국 다 써야 하는 돈이더라." 그때는 어렴풋이만 이해했는데, 무신사 사례를 보고 나서야 그 말의 무게가 실감 났습니다. 성장 압박이 있으니 돈을 쓸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몸집은 커지지만 초창기의 힙한 정체성은 옅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2022년 무신사 매출액 약 7,000억 원, 전년 대비 54% 성장
  • 같은 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1억 원으로 급감(전년 585억 원)
  • 자회사 SLDT(솔드아웃)의 대규모 적자가 전체 이익을 갉아먹는 구조
  • 기업가치 4조 원 밸류에이션 → IPO를 위한 성장 압박이 공격적 확장의 직접적 동인
요약: 무신사의 공격적 확장은 단순한 경영 욕심이 아니라, IPO를 앞두고 밸류에이션을 방어해야 하는 구조적 압박에서 비롯된 선택에 가깝습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과 여성복 시장: 플랫폼의 두 가지 딜레마

예전 회사 후배가 무탠다드 반팔티를 몇 장 사고는 가성비가 좋다고 자랑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무신사 자체 브랜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게 입점 브랜드 입장에서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이란 같은 플랫폼 안에서 자사 상품이 입점 브랜드의 매출을 잠식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플랫폼이 심판이면서 동시에 선수로도 뛰는 상황입니다.

무탠다드의 제품 매출은 2021년 870억 원에서 2022년 1,79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무신사 입장에서는 자사 플랫폼 안에서 유통 수수료를 사실상 없앨 수 있으니 마진 구조가 유리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를 대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여기서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란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기업이 직접 담당하는 제조 직매형 브랜드를 가리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이 매력이지만, 같은 플랫폼에 입점해 경쟁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분명한 위협 요인입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무탠다드가 원가율이 높은, 즉 마진을 적게 남기는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영업이익 기여도는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이 전략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기 수익보다 플랫폼 락인(Lock-in) 효과, 즉 고객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힘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제 여성복 시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팀 대리님이 지그재그, 에이블리, 29CM를 번갈아 켜놓고 비교하다가 결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여성 쇼핑은 플랫폼 간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하는 상품을 찾을 때까지 여러 곳을 비교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채 다른 상품을 먼저 구매하고, 세일 쿠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는 구매전환율(Conversion Rate)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 됩니다. 구매전환율이란 플랫폼을 방문한 사람 중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비율을 뜻합니다.

수치로 보면 상황은 더 냉정합니다. 에이블리는 매출액 약 1,700억 원에 영업적자 740억 원, 지그재그는 매출액 약 1,000억 원에 영업적자 500억 원 수준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동대문 기반 여성복은 원가 대비 판매가 배수가 낮아 플랫폼이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 폭 자체가 얇습니다. 수수료가 얇으면 고객 유지에 쓸 마케팅 비용도 쪼들리게 되고, 이는 다시 이탈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입니다. 이런 이유로 여성복 시장은 하나의 강자가 독점하기보다 각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팬덤을 쌓아가는 춘추전국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요약: 무탠다드의 성장은 입점 브랜드와의 카니발라이제이션 긴장을 내포하고 있고, 여성복 플랫폼들은 구조적 저마진 때문에 흑자 전환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무신사의 확장 전략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 하나의 질문이 남았습니다. 플랫폼이 커질수록 처음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신진 브랜드를 발굴하고 큐레이션하는 역할이 무신사의 초기 경쟁력이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유통 공룡에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습니다. 그 변화가 개인적으로도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브랜드 정체성도 지켜내는 일은 어느 스타트업에게나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무신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국내 패션 플랫폼 산업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패션 쇼핑 앱을 자주 이용하신다면, 지금 이 순간 플랫폼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한 번쯤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t6tEFWTNJE&list=PLbG_OH_pU3mr80W2ShL6W2JDYmdH9D9Am&index=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