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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트레이더스가 전부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팀 대리님은 주말마다 카트를 끌고 40~50만 원어치 장을 보시는 반면, 저는 고기 한 덩어리가 필요해도 쿠팡 앱부터 켭니다. 같은 마트를 이렇게 다르게 소비하는 사람들이 한 사무실 안에 섞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대형마트가 처한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형마트가 흔들리는 이유를 질문과 답 형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Q1. 대형마트가 예전만큼 싸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도 한동안은 마트가 당연히 제일 저렴한 곳이라고 믿었습니다. 작년 회사 워크숍 간식을 맡아 코스트코에서 한가득 사 온 적이 있는데, 집에 돌아와 낱개 단가를 쿠팡과 비교해보니 체감만큼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계산대 앞에서는 "코스트코니까 당연히 쌀 것"이라는 믿음이 먼저 작동하더군요. 그날 처음으로,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를 이끌고 있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대형마트의 수익 구조는 원래 박리다매(薄利多賣) 모델입니다. 개별 상품의 마진율은 낮추는 대신 판매 물량을 최대한 늘려 전체 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이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실적을 보면, 이마트는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29조 3,335억 원, 영업이익 1,45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홈플러스도 최근 회계연도에 영업손실로 전환했고, 롯데마트 역시 손익분기점 안팎을 오가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공교롭게도 대형마트 실적이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쿠팡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2018~2021년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온라인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동안, 마트는 "여기가 제일 싸다"는 이미지를 지키는 데 점점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팀 대리님처럼 장보기 자체가 주말 나들이인 분들이야 여전히 마트로 향하겠지만, 저 같은 1인 자취 가구에게 마트는 더 이상 뭔가를 기대하고 찾아가는 곳이 아닙니다. 산책 삼아 들렀다가, 정작 필요한 건 쿠팡으로 주문하는 식이 되어버렸습니다.

  • 이마트 2022년 연결 영업이익 1,451억 원, 영업이익률 1% 미만 —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
  • 홈플러스는 최근 회계연도 영업손실 전환, 롯데마트는 손익분기점 안팎의 실적 지속
  • 대형마트 실적 둔화 시점과 쿠팡 고성장 시점(2018~2021년)이 상당 부분 겹침

정리하면, 대형마트의 박리다매 모델은 온라인의 가격 경쟁력에 밀리면서 "여기가 제일 싸다"는 믿음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지금 위기의 출발점입니다.

Q2. 노브랜드와 커클랜드, PB상품의 경쟁력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PB상품(Private Brand)이란 유통사가 직접 기획·제조하거나 제조사에 의뢰해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을 말합니다. 유통 단계를 줄여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여기서만 살 수 있다"는 킬러 아이템을 만드는 두 가지 목적을 함께 달성할 수 있죠. 이마트의 노브랜드, 피코크, 자주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직접 먹어본 경험으로는, 노브랜드 감자칩은 990원이라는 가격에도 유명 브랜드 제품 못지않은 맛을 냅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집어 들었는데, 지금은 습관처럼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이마트 전체 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20% 안팎까지 성장했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마트가 오랜 기간 PB 전략에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반면 제 주변 경험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홈플러스 시그니처 냉동식품을 자주 사 먹는 룸메이트는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니 PB 전략 자체가 약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개인 경험차가 큰 영역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겁니다. 다만 진열 위치나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이마트와의 체감 격차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눈높이 선반이 아닌 맨 아래 칸에 꽂혀 있으면,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가 먼저 집어 들기 어렵습니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Kirkland Signature)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커클랜드는 코스트코가 유명 제조사에 동일한 품질 기준을 요구하며 자체 브랜드를 붙인 전략으로,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브랜드가 붙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 자산을 오랜 시간 쌓아왔습니다. 코스트코의 매출원가율이 매출의 85% 이상에 달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매출 대부분을 원가로 지출하고도 이익을 내는 구조는, 매장 하나당 매출 규모가 워낙 커서 고정비 비중이 극단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출처: Yahoo Finance, Costco 재무정보).

  • 이마트 PB 매출 비중 약 20% 안팎 — 노브랜드·피코크·자주 3트랙 병행 운영
  • 코스트코 매출원가율 85% 이상 — 박리다매 전략의 극단을 보여주는 수치
  • PB상품 성패의 핵심은 진열 위치와 브랜드 인지도 — 좋은 상품도 보여야 팔림

정리하면, PB상품은 가격 경쟁력과 고객 락인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며, 이마트와 코스트코는 이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실행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Q3. 대형마트의 위기는 온라인 탓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마트가 어려운 이유를 온라인 커머스 탓으로만 돌리는 시각도 있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얘기라고 봅니다. 같은 팀 과장님이 예전에 대형마트에서 상품기획(MD) 업무를 담당하셨는데, 온라인 전환을 추진하려 해도 조직 구조 자체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셨습니다. 변화를 주도하려는 인력을 지방 점포로 발령내는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업계라는 것이었죠. 이는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쿠팡이나 컬리처럼 수평적인 구조로 빠르게 실험하고 접는 방식을 대형마트 조직이 원천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를 가리킵니다.

월마트의 사례가 이 지점을 잘 보여줍니다. 아마존이 급성장하던 시기, 월마트는 온라인 커머스 업체 제트닷컴(Jet.com)을 거액에 인수했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월마트는 주가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직접 경쟁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겪은 뒤 "오프라인 매장 하나하나를 더 싸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에 다시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영역을 더 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조정한 셈입니다.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 자체는 코스트코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접근성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 전체에 트레이더스 매장이 노원구 한 곳뿐인 상황에서 브랜드 이미지만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다소 혼동한 분석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마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쌀 것 같아서"가 아니라 "직접 나가는 번거로움을 새벽배송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1인 자취 가구에게는 가격 1~2% 차이보다 번거로움을 없애는 편의성이 더 강력한 구매 동기로 작용합니다.

  • 대형마트 조직 구조 — 지방 발령 관행이 온라인 전환 실험을 구조적으로 제약
  • 월마트의 교훈 — 온라인 직접 경쟁 실패 이후 오프라인 본질 경쟁력 강화로 반등
  • 트레이더스의 과제 — 가격 경쟁력보다 매장 접근성과 브랜드 인지도 격차가 더 근본적

정리하면, 대형마트의 위기는 온라인이라는 외부 요인뿐 아니라, 경직된 조직 구조와 본질 경쟁력 약화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Q4. 대형마트가 다시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결국 마트의 본질은 "싸고 편해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로 되돌아갑니다. 월마트가, 코스트코가, 그리고 국내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이마트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 명제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집착에 가까운 노력입니다. 그 명제에서 멀어지는 순간 소비자는 금세 알아채고 다른 선택지를 찾습니다. 정육 코너에서 두께를 말로 설명하기 민망해 쿠팡을 켜는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마트의 입지는 조금씩 좁아집니다.

다음에 마트를 방문한다면 입구 진열 구성, PB상품의 진열 위치, 정육 코너의 규모 같은 부분을 한 번쯤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 그 디테일들이 그 마트가 지금 얼마나 본질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영상: 마트 덕후 육식맨이 고기 살 때 가는 마트는? (B주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