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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주 상황을 보면서 작년 기억이 확 올라왔습니다. SOXL에 물려서 지금도 그냥 들고 있는 그 돈 말입니다. 마이크론이 얼마 전 분기 최고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정작 주가는 고점 대비 20% 넘게 미끄러졌고, 이번 주 금요일에는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소식까지 겹쳤습니다. 실적은 역대급인데 주가는 흔들리고, 새로운 경쟁자는 문 앞까지 와 있는 상황을 보면서 "메모리 반도체판이 지금 뭔가 크게 재편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마이크론·샌디스크는 실적 잔치를 벌였는데 왜 주가는 급락했을까요
마이크론은 지난 6월 24일 발표한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매출 414억 6천만 달러, 비GAAP 주당순이익 25.11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각각 16%, 22% 넘게 웃돌았습니다. 매출총이익률도 84.9%까지 치솟았고, 4분기 가이던스로는 매출 약 500억 달러, 비GAAP EPS 약 31달러, 매출총이익률 약 86%를 제시했습니다.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숫자였습니다(출처: Micron Technology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자료).
그런데 실적 발표 후 오히려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습니다. 7월 첫째 주에만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이틀 연속 두 자릿수 급락을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겹친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가 자사의 잉여 AI 컴퓨팅 파워를 외부에 판매하는 신규 클라우드 사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며 경쟁 인프라 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렸고, 새로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에 대한 사전 힌트 제공을 거부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6월 ADP 민간고용이 9만 8천 명 증가에 그쳐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노동시장 둔화 우려까지 겹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조정은 반년 넘게 이어진 급등 이후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숨고르기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조정에는 조금 더 무게감 있는 변수도 섞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25일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됐는데, DRAM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최근 4년간 가격을 약 700% 끌어올렸다는 반독점 혐의를 담고 있습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메모리 업계의 가격 결정력이라는 강세론의 핵심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라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런 소송은 통상 결론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단기 주가 흐름과 소송의 최종 결론을 성급하게 연결짓는 건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구조적인 낙관론이 완전히 꺾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이크론이 이번 실적에서 밝힌 전략적 고객 계약(Strategic Customer Agreement)은 DRAM 물량의 20%, NAND 물량의 33%에 해당하는 규모로, 220억 달러 상당의 현금 예치금과 재정적 약속이 뒷받침돼 있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가격과 물량을 미리 고정하는 이런 계약이 늘어날수록 메모리 산업 특유의 급격한 사이클 붕괴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현재 마이크론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 안팎으로 낮은 편이고,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주가도 현재가보다 훨씬 높은 1,41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작년에 SOXL에 물렸던 경험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친구가 카톡으로 계속 권유해서 몇 백만 원을 넣었는데, 실적 좋다는 뉴스가 나온 다음 날 훅 빠지는 걸 반복해서 겪었습니다. SOXX 내에서 마이크론 비중이 9%를 넘어선 지금, 엔비디아 차트만 보고 반도체 ETF의 흐름을 짐작하는 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이번 주 진짜 이벤트는 이것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이번 주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이벤트는 오는 7월 10일로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입니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진행되며 규모는 최대 45조 4,500억 원, 전체 주식의 2.5% 수준입니다. 조달한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EUV 장비 등 설비투자에 쓰일 예정이고, 상장 종목코드는 SKHY로 확정됐습니다(출처: 경향신문,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 공시 보도).
이게 왜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결국 접근성과 재평가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미국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에 투자하려면 한국 증시에서 시간외 거래를 하거나 유동성이 부족한 비후원형 ADR을 매수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스닥 직상장이 이뤄지면 이런 접근 장벽이 낮아지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나 관련 ETF 편입 가능성도 열립니다. 앞서 같은 방식으로 상장한 대만 TSMC가 대만 본토 주가 대비 10% 넘는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고 있다는 점은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밸류에이션 격차도 눈에 띕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PER 6.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마이크론의 PER 7배 안팎과 비교해도 낮은 편입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약 60%로 알려진 걸 감안하면, 이 저평가가 상장 이후 어느 정도 해소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 지분 희석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 가지 조심스러운 점은, 이 상장이 마이크론 쪽 자금 흐름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는 겁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메모리 업종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라, 기존에 마이크론에 쏠려 있던 자금 일부가 분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상장 이후 며칠간의 자금 흐름을 지켜봐야 판단이 설 것 같습니다.
이란전 이후 136조 원 추가 국방 예산, 진짜 돈이 흐르는 방향은 어디일까요
백악관이 종전 이후 의회에 추가로 요청한 136조 원 규모 예산도 최근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 가운데 약 67%인 90조 원 안팎이 국방 관련 예산으로, 탄약·미사일 확보에 약 28조 원, 군사 작전 비용에 약 23조 원, 기밀 프로그램에 약 16조 원 등이 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국방부가 앞서 의회에 보고했던 이란전 직접 비용의 두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다만 상원이 한동안 휴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심사와 표결은 빨라도 7월 중순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입니다.
이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예산안 통과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상원은 최근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50 대 48로 통과시켰는데, 공화당 내에서도 4명의 이탈표가 나왔습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있다는 건, 이 예산안이 요청한 그대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국방비 집행 수혜를 논할 때 이 정치적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돈이 실제 집행될 때 비교적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쪽은 방산 ETF인 ITA로, GE·RTX·Lockheed Martin·Northrop Grumman 같은 기업들이 핵심 구성 종목입니다. 국방비 규모로 보면 미국이 2025년 기준 약 9,54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추가 예산은 그 격차를 더 벌리는 방향으로 보입니다(출처: SIPRI(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세계 군사비 지출 보도자료). 다만 ITA는 이미 작년 지정학 이슈 때 큰 폭으로 오른 뒤 올해는 횡보하고 있어, 실제 수주 계약과 예산안 표결 결과가 나와봐야 다음 방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이버보안 ETF인 CIBR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 포티넷 같은 기업들이 담겨 있고, 이번 예산에서도 사이버보안 항목이 포함돼 있습니다. AI 인프라 확장과 맞물려 기업 수요도 함께 커지는 구조라 정부 예산과 민간 수요라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섹터로 보입니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런 재정 지출 확대가 물가와 금리 경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함께 지켜볼 부분입니다.
- ITA(방산 ETF): 탄약·국방 예산 직접 수혜가 예상되나 이미 선반영된 구간, 표결 결과 확인 필요
- CIBR(사이버보안 ETF): 정부 예산 수혜와 AI 인프라 수요라는 이중 모멘텀
- MOO(농업 ETF): 트럼프 예산 간접 수혜가 예상되지만 최근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어 보수적 접근 필요
이번 주를 한 줄로 정리하면, 실적은 최고치를 찍었는데 주가와 자금 흐름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마이크론의 조정,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 국방 예산을 둘러싼 정치적 줄다리기까지, 겉으로는 각각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 자금이 어디로 재배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흐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SOXL에 물린 경험에서 배운 게 있다면, 뉴스보다 구조를 먼저 보는 습관이었습니다. 실적이 좋다는 헤드라인이 나왔을 때 그게 이미 주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 그리고 그 뒤에 어떤 자금 이동이 숨어 있는지를 같이 짚어보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첫 거래일이고, 국방 예산안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상원 심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트폴리오에 메모리 반도체나 방산 관련 종목이 많다면 이번 주말 사이 한 번쯤 점검해볼 타이밍이 아닐까 싶습니다. 확신보다 체크리스트가 필요한 시장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