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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가 1%였던 코로나 시절, 저는 그냥 "넣어봤자 의미 없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사실은 돈의 가치가 낮다는 신호였다는 걸, 한참 지나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금리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말문이 막혔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금리를 "이자율"로만 외우면 생기는 문제

금리(金利)를 영어로는 인터레스트 레이트(Interest Rate)라고 합니다. 대부분 "이자율"이라고 외우고 끝내는데, 솔직히 저도 오랫동안 그 수준에서 멈춰 있었습니다. 숫자는 읽어도 그게 뭘 의미하는지 제대로 와닿지 않았거든요.

금리의 본질은 돈의 가치에 가깝습니다. 1,000원짜리 지폐에 적힌 숫자는 항상 1,000원이지만,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즉 기대수익률(Expected Return)은 시대마다 달라집니다. 여기서 기대수익률이란 지금 이 돈을 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의 기댓값을 의미합니다. 코로나 시절 예금 금리가 1%였다는 건, 그 시대의 돈 한 단위가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좁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 회사 동료가 바로 그 시기에 영끌해서 아파트를 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동료는 본능적으로 "지금은 돈의 가치가 낮으니 빌려서 자산을 사야 한다"는 원리를 몸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그 판단을 무모하다고만 봤는데, 이제는 그 행동의 논리가 보입니다.

이 원리는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배추 가격이 공급이 줄면 오르고 수요가 늘면 오르듯,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 즉 금리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동산 열풍이 불면 대출 수요가 늘고, 그 결과 금리가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아버지가 예전에 "회사채 이자가 20%씩이었다"고 하실 때 저는 그냥 옛날 얘기로 흘렸는데, 그 시절 한국은 공장 짓고 도로 깔고 할 일이 넘쳐났으니 돈의 수요가 폭발적이었던 셈입니다.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 금리 = 돈의 가치 = 기대수익률 = 기회비용, 이 네 가지는 결국 비슷한 맥락을 가리킵니다
  • 돈을 빌려서 할 일이 많은 고성장 시대일수록 금리가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일본·유럽처럼 성장이 정체된 나라가 저금리를 오래 유지했던 것도 비슷한 원리로 설명되곤 합니다
  • 금리는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약: 금리는 단순한 이자율이 아니라 그 시대 돈의 가치이자 기회비용에 가까우며,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건드리는 진짜 이유

뉴스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그냥 숫자 하나 바뀌는 정도로만 받아들였습니다. 시장이 그 발표 하나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는 전혀 몰랐고요.

기준금리(Base Rate)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과 초단기 자금을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금리입니다. 여기서 기준금리란 시장의 모든 금리가 그 위에 쌓이는 바닥값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국은행은 삼성전자 주가처럼 시장 금리를 직접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바닥을 올리거나 내림으로써 그 위에 얹힌 대출금리, 예금금리, 회사채 금리 전체가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에 가깝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한국은행이 이 금리를 조절하는 행위를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이라고 합니다.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이 시중의 통화량과 금리를 조절함으로써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정책 수단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게 유리해져 시중 자금이 흡수되는 경향이 있고, 내리면 빌려서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 자금이 시장으로 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 연준(Fed)이 2022~2023년에 기준금리를 0.25%씩이 아니라 0.75%씩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연속으로 단행하며 5.25~5.50%까지 끌어올린 것도 이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코로나 당시 풀린 돈이 너무 많아 물가가 폭등하자, 시중 자금을 은행으로 흡수해 통화량을 줄이려 한 겁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FOMC 안내).

중앙은행 인사의 옷차림이나 표정만으로 금리 방향을 추측하려 든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제 경험상 시장이 그런 사소한 신호 하나에까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실감한 건 이 맥락을 이해하고 나서였습니다. 기준금리 발표 하나가 전체 금리의 바닥을 움직이는 신호탄이니, 그 예민함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요약: 기준금리는 시장 금리의 바닥값에 가까우며, 한국은행은 이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으로 물가와 경기를 간접적으로 관리합니다.

전통적 통화정책이 막혔을 때 꺼낸 카드, 양적완화

금리를 0%까지 내려도 사람들이 돈을 안 빌려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고 자산 시장이 동반 폭락하자, 0%대 금리로도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시기를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당시 경제 기사들을 다시 찾아보니 "돈을 공짜로 빌려줘도 아무도 안 간다"는 표현이 반복해서 나오더라고요.

이때 미국 연준 의장 벤 버냉키(Ben Bernanke)가 꺼낸 카드가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입니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국채나 자산을 직접 사들여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금리라는 가격 수단이 아니라 물량 자체를 직접 조절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분류됩니다. 버냉키의 별명이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게 된 것도 이런 발상에서 비롯됐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이후 몇 년간 돈을 대규모로 풀었는데도 소비자물가는 상대적으로 잘 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자산 가격, 즉 주식이나 부동산은 크게 올랐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낮게 유지되는 흐름이 이어졌고, 한때는 이게 경제학적 수수께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 양적완화와 재정정책을 동시에 쏟아붓자 물가가 크게 뛰었습니다. 재정정책(Fiscal Policy)이란 정부가 세금이나 국채 발행으로 조성한 재원을 직접 지출해 경기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는 별도로 움직입니다.

저는 이 대목을 보면서, 양적완화 설명이 "돈을 뿌리면 돌아간다"는 방향으로만 단순화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금리 인상이 통화량 흡수와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는 데도 통상 몇 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고, 그 경로가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실제 2022년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에도 물가가 잡히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금리라는 원리 자체는 단순해 보여도, 정책 효과는 훨씬 복잡하게 작동한다는 점은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전통적 통화정책: 기준금리 조절로 시중 자금 수요를 간접적으로 유도
  •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화): 중앙은행이 자산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
  • 재정정책: 정부가 세금·국채로 조성한 재원을 직접 지출, 통화정책과 별개로 작동
요약: 금리 정책이 잘 통하지 않을 때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수단이 등장하며, 두 정책을 동시에 쓰면 물가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금리를 "이자율"로만 외우던 때와 "돈의 가치이자 기회비용"으로 이해하게 된 뒤는, 같은 뉴스를 보더라도 읽히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발표가 왜 시장을 움직이는지, 아버지 세대가 왜 그렇게 저축과 이자에 신경 쓰셨는지, 동료가 왜 그 시점에 영끌을 택했는지가 모두 비슷한 원리 안에서 설명됩니다.

다만 이 수준의 이해는 어디까지나 입문입니다.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장단기 금리차(스프레드)가 경기 침체의 선행지표로 쓰이는 이유 같은 심화 영역은 별도로 공부해볼 만합니다. 금리의 기본 원리를 잡은 상태에서 실제 투자 판단에 적용하려면, 통화정책 결정 배경과 경제지표를 함께 읽는 습관을 쌓아가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1L5w_pBR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