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민성장펀드가 판매 시작 10분 만에 일부 판매처 온라인 한도를 다 채웠다는 소식을 듣고, 스마트폰으로 은행 앱을 켰다가 "한도 소진" 문구만 확인하고 조용히 화면을 껐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5년이나 돈이 묶이는 걸 왜 저렇게 서두르나" 싶었는데, 구조를 하나씩 뜯어보고 나서야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세제혜택만 놓고 봐도 이 정도 조건을 동시에 갖춘 펀드는 최근 보기 드물었으니까요. 다만 혜택만 보고 뛰어들기엔 놓치면 안 되는 리스크도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세제혜택과 손실버퍼, 구조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150조 원 규모로 설계된 정책 펀드입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재정) 75조 원과 민간·국민·금융권 자금 75조 원이 매칭되는 구조이며, 올해는 이 중 30조 원을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반 국민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몫이 6천억 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입니다(출처: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이 펀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개념이 선순위·후순위 출자 구조입니다. 여기서 후순위 출자란 손실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손실을 떠안는 위치를 의미합니다. 재정이 후순위로 들어가고 국민 투자금은 선순위로 들어가기 때문에, 각 자펀드에서 손실이 생기면 재정이 먼저 최대 20% 범위에서 이를 부담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이게 흔히 말하는 "20% 손실버퍼"의 실체입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가 생기기 쉬운 부분이 있어서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개인 투자금의 20%를 정부가 돌려준다"는 건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손실보전은 각 피투자 사모펀드(자펀드) 단위로 대략 17%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공모펀드 전체 투자금에 대한 손실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용사가 직접 넣는 시딩머니가 포함된 자펀드 전체 규모 기준으로 보면 실질 손실 커버 비율은 조금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세제혜택 구조는 이렇습니다. 소득공제는 투자 금액 구간별로 차등 적용되는데, 3천만 원 이하 구간은 40%, 3천만~5천만 원 구간은 20%, 5천만~7천만 원 구간은 10%의 공제율이 적용되고, 이를 다 더하면 최대 1,8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보입니다. 소득공제(Income Deduction)란 과세 대상 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해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세율 구간이 높을수록 유리한 구조라 고소득자에게 특히 메리트가 큰 편입니다. 저는 아직 세율 구간이 높지 않아 소득공제 측면에서 크게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는데, 회사 옆자리 대리님이 새벽부터 은행 앱을 켜놓고 알림을 기다리셨다는 얘길 듣고 나서야 "이분은 세율 구간이 다르니 체감하는 혜택도 다르겠구나" 싶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Separate Taxation)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분리과세란 특정 소득을 종합소득세에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이 펀드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세에 합산하지 않고 소득세 9%에 지방소득세를 더한 9.9%의 저율 과세가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9.5%(지방세 포함)까지 세금이 붙을 수 있는데, 이와 비교하면 9.9% 분리과세는 세금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로 보입니다. 은행 영업점 앞에 개점 전부터 줄이 섰던 이유도 여기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소득공제: 3천만 원 이하 40%, 3천만~5천만 원 20%, 5천만~7천만 원 10%, 최대 1,800만 원 한도
  • 배당소득 분리과세: 종합소득세 합산 제외, 9.9%(지방세 포함) 저율 과세, 투자일로부터 5년간 적용
  • 가입 조건: 만 19세 이상 거주자 또는 근로소득이 있는 만 15세 이상 거주자, 직전 3개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제외
  • 가입 한도: 세제혜택 적용 전용계좌 기준 연간 1억 원·5년간 총 2억 원, 세제혜택 없이 가입하는 일반계좌 기준 3천만 원
  • 운용: 모펀드 아래 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10개 자펀드 운용사가 실제 운용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약: 국민성장펀드의 핵심은 20% 손실버퍼와 소득공제·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제혜택이지만, 손실버퍼의 실질 적용 비율은 자펀드 구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락업리스크와 자율투자 비중, 이 두 가지는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이 펀드가 세제혜택과 손실버퍼로 화제를 모은 건 맞지만,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가장 신경 쓰인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만기 5년의 폐쇄형 펀드, 즉 락업(Lock-up) 구조입니다. 락업이란 일정 기간 동안 투자금을 중도 환매할 수 없도록 묶어두는 조건을 말합니다. 5년간 원칙적으로 중도 환매가 불가능하고, 거래소 상장 후 양도는 가능하지만 투자 후 3년 이내 양도 시 감면 세액이 추징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더 고민하게 만든 건 자율투자 비중 문제였습니다. 이 펀드는 결성 금액의 60% 이상을 약관에 따라 첨단전략산업 관련 기업과 코스닥·비상장 기업에 투자해야 하지만, 나머지 40%는 각 자펀드 운용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재량 투자(Discretionary Investment)란 운용사가 자체 판단으로 자산을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합니다.

이걸 보고 "국민성장펀드라는 이름답게 스타트업이나 코스닥 기업에 집중 투자되겠지"라고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실제로는 삼성전자 같은 코스피 우량주가 나머지 40%를 채우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성과 경쟁을 해야 하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을 할 유인도 있고요. "국민성장"이라는 이름과 실제 포트폴리오 사이에 어느 정도 괴리가 생길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기 출시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의 경우, 만기 도래로 청산된 자펀드 10개의 평균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이 2.14%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RR이란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연평균 수익률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대 대비 성과가 부진했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정부 재정의 손실 부담분을 제외한 자펀드 자체 수익률은 평균 0.75%에 불과했고, 일부 펀드는 6.18%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출처: 한국경제). 당시 원인으로는 운용사 간 경쟁 부족, 일률적인 자금 배분, 단기 성과에 치중한 운용 방식 등이 꼽혔습니다. 이번 펀드는 자율투자 비중을 40%까지 높여 그 문제를 보완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율성이 높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반드시 좋은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정책성 펀드는 혜택 조건이 좋을수록 세부 조건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구조를 제대로 보면 "5년 동안 돈을 묶어둬도 괜찮은 상황인지"를 먼저 따지는 게 세제혜택 계산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제혜택은 수익이 났을 때 의미가 있고,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소득공제로 상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약: 5년 락업과 40% 자율투자 비중은 세제혜택만큼 중요한 변수이며, 2021년 뉴딜펀드 전례를 고려하면 실제 수익률 성과는 5년 후에야 검증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성장펀드는 설계 자체는 꽤 정교해 보입니다. 손실버퍼와 세제혜택을 동시에 담은 정책 펀드는 흔하지 않고,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들어간다면 장기 자산 운용의 한 옵션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반기 2차 공급도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이번에 못 들어갔다면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서 구조를 한 번 더 살펴보시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만 세제혜택 계산보다 먼저 할 게 있어 보입니다. 5년이라는 락업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인지, 원금 손실 가능성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 성향인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일입니다. 세제혜택이 아무리 좋아도, 5년 뒤 뚜껑을 열었을 때 손실이 나 있다면 소득공제로 메울 수는 없습니다. 혜택에 먼저 눈이 가더라도, 리스크를 함께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CkGpXTtOC0&list=PLFFs3piXvo8s&index=6